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y Sung May 14. 2016

[수학여행 1편]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수학여행

2016학년도 6학년 소규모테마형수학여행 운영기


  나는 2012, 2013년에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했었다. 2012년에는 우리 반과 옆반, 2013년에는 우리 반만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주변에서는 굳이 힘들게 수학여행을 그렇게 추진하냐며 색안경을 끼고 볼 때가 있지만, 직접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거기서 얻는 보람과 기쁨은 힘듦을 넘어선다.  


  2014, 2015년에도 해보고 싶었지만 5학년 부장을 하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무리 도전하기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관습적으로 수련활동을 가는 5학년에서 수학여행을 가겠다는 시도는 해보지 못했다.

  올해는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다시 해보고 싶었기에 6학년에 지원했다. 다행히 6학년이 되었고 학년부장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대망의 첫 삽을 뜰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덜컥 진행할 수는 없다. 나 말고 우리 학년에는 3명의 선생님이 더 계시다. 그분들의 교육철학과 나름의 스타일을 존중하며 함께 가는 것이 학년부장의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 모두에게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가자고 확실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운을 떼기는 했다. 


  3월,  6학년이 시작되고 일주일도 안 돼 아이들은 나에게 수학여행에 대해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수학여행 언제 가요?”

  ”수학여행 어디로 가요? 작년에 경주로 갔다는데 올해도 경주로 가요?”

  6학년 담임교사라면 항상 듣는 질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그에 대한 답으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너는 어디로 가고 싶니? 아직 결정된 건 하나도 없어. 너희가 회의해서 결정되는 곳으로 갈 거야."

   물론 아이들은 믿지 않았다. 여태까지 수련활동이든 수학여행을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실시되는 건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문화를 깨고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수학여행을 추진해 보려고 한다.


  그 첫 삽을 지난 3월 25일(금)에 떴다. 모둠 협력학습을 통하여 수학여행에 대한 우리 반 친구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총 2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첫 번째 질문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수학여행은?’이고, 두 번째 질문은 ‘수학여행에서 하고 싶은 것은?’이었다.  첫 번째 질문을 통하여 현재 수학여행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를 정리해 보고, 두 번째 질문을 통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깨고 싶었다. 최대한 발랄하고 엉뚱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길 기대하며 학급회의를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 질문에 대해 각자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한 장에 하나씩 적은 다음 모둠별 화이트보드에 하나씩 붙인다. 그러고 나서 돌아가며 말하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모둠별로 앞으로 나와 모둠 친구들이 한 이야기를 발표한 후 칠판(화이트보드)에 모두 붙였다. 아이들이 쓴 걸 보니 기존의 관습적인 수학여행에 대한 이미지가 많았다. 자유를 통제당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반대급부로 ‘자유’와 관련된 단어들이 많았다. 

  이제는 기존의 부정적인 수학여행에 대한 생각을 깨고, 우리가 원하는 수학여행의 방향을 정해볼 때였다. 아이들은 수학여행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각자 포스트 잇에 ‘수학여행에서 하고 싶은 것’을 몽땅 적어보도록 했다. 브레인스토밍 단계로 엉뚱한 것, 말도 안 되는 것을 모두 적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적은 걸 바탕으로 친구들과 '돌아가며 말하기’를 통해 모둠별로 이야기를 공유하게 했다. 그리고 모둠별로 자기 모둠 친구들의 생각을 발표했다. 발표가 끝나면 나와서 칠판에 붙였다. 그때 나는 대충 유목화를 해서 붙였다. 6개 모둠이 모두 발표하고 나서 내가 카테고리를 분류해서 유목화 작업을 하였다.


  카테고리는 먹기, 놀기, 일탈, 장기자랑, 여행, 기록, 핸드폰, 기념품, 물놀이 등으로 분류되었다. 아이들의 의견을 보며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얻고 싶어 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현재에서 벗어나 자유를 꿈꾸며,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하며, 좋은 사람들과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한다. 우리 반 친구들도 그런 수학여행을 꿈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는 수학여행을 불가능할 것이다. 아이들의 희망과 교사들의 능력 범위를 적절히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오늘 아이들이 원하는 수학여행의 모습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에는 각 학급별로 수학여행에 대한 의견을 교사들끼리 공유할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욕구(needs)를 파악하게 될 것이고, 그것과 교사들 스스로의 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소를 고를 것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수학여행 장소는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교사가 어느 정도 결정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2016학년도 우리 학교의 수학여행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수학여행’이다.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이 꿈꾸는 수학여행을 위한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