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2003,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창가의 토토’라는 제목을 들으면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책 같다. 읽고 보면 나름 교육적으로 생각할 거리들이 많은 교육과 관련된 책이다. 이 책은 예전에 20대 중반 군대 갔을 때 여자 친구가 추천해서 읽었던 책이다. 그때는 정말 지루하고 따분하게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이 하나도 기억 나지 않는다. 최근에 독서 관련 연수에서 이 책을 필독서로 지정했기에 억지로 다시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정말 신기했던 것이 예전에는 그렇게 재미없었던 내용이 너무나 재미있게 읽혀졌다는 것이다. 교사 생활 9년 동안 다양한 학생들과 했던 경험들이 ‘토토’라는 주인공 학생과 ‘고바야시’라는 교장선생님에게 오버랩되며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토토’라는 아이는 천진무구한 아이다. 요즘으로 따지면 말썽꾸러기에 집단생활 못하는 부적응아로 찍혔을 법한 아이다. 실제로 1940년대 일본에서 1학년 때 퇴학을 당한 아이니 얼마나 집단생활을 못했을지 알 수 있다. 대단한 건 ‘토토’의 엄마인데, 정말 딸을 인내심 가득하게 키웠다. 그래서 퇴학당한 사실을 딸에게 비밀로 하고 ‘도모에 학교’라는 일종의 대안학교로 간다. 거기서 1년 넘게 재미있는 생활을 하며 ‘토토’는 멋진 아이로 성장해 간다.
책을 읽는 내내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의 교육관이 참 대단해 보였다. 나의 추측으로 듀이의 교육관에 영향을 받으신 것 같은데 아동 중심, 경험 중심 교육관으로 학교를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이 선생님처럼 우리 반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고 싶다. 틀에 박힌 학교의 모습은 너무나 답답하다. 나 국민학교 때나 지금의 초등학교나 그다지 변한 게 없다.
책의 말미에 1940년 초반의 일본 상황이 나오며 ‘태평양 전쟁’이나 ‘B29 폭격’과 같은 상황이 나온다. 민족주의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일본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며 그 당시 조선을 식민지 지배했던 일본이 폭격받는 장면은 은근히 통쾌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고바야시 선생님의 학교가 불타고 ‘토토’가 학교를 떠나게 되는 상황에서는 마음이 아파왔다. 그냥 가볍게 읽으면 될 것을 ‘일제 강점기’를 떠올리며 가치 갈등을 껶는 나를 보며 '역사교육이 잘 된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져 보았다.
어쨌거나 아아들과 행복한, 더 심하게는 엉뚱한 학교 생활을 꿈꾸는 교사라면 읽어보면 참 재밌는 책이다. 나는 아직 저학년을 한 적이 없지만, 나중에 저학년 담임을 하게 되면 ‘토토’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억지로 읽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