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비영리 분야를 위한 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 짐 콜린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람이다. 고로 내가 속한 조직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내가 속한 조직은 공립학교라는 조직이고 그곳이 사회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았으면 한다. 하지만 요새 학교는 비판의 대상이고 개혁의 대상이다.
교육에서 보수적 관점을 지닌 정책입안자들이 교육개혁을 위해 들여온 대표적인 2가지가 성과급과 교원평가다. 성과급은 당근으로, 교원평가는 채찍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신자유주의는 기업 운영에 최적화된 사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최고봉은 GE의 CEO 잭 웰치로, 그는 2:7:1로 통용되는 경쟁체제를 조직에 도입하여 GE를 최고 매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서열중독, 유승호, 2015, 17쪽)
하지만 교직사회에 들어온 성과급과 교원평가는 제대로 역할 수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성과급은 도입된지 15년, 교원평가는 6년 정도가 되었지만 교사 상호 간의 분위기만 안 좋아질 뿐, 제도에서 기대한 교직사회의 모습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왜 그럴까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찰나에 이 책을 신문 서평에서 만났고 구입해 읽었다.
‘비영리 분야를 위한 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라는 책으로 '짐 콜린스’가 최근에 쓴 책이다. 원래 이 책은 기업 중에서 위대한 기업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을 조사하여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이 먼저 나왔다. 그 이후에 비영리 기관들을 따로 조사하여 비슷하지만 다른 책을 낸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비영리 기관에 ‘학교’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 책을 보면 학교가 위대한(Great) 조직이 되기 위해서 어떤 전략, 방법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다음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내 생각을 보탠 글이다.
투입과 산출에 대한 혼동은 영리 조직과 비영리 조직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생긴다. 영리 조직에서 돈은 투입(위대해지는 데 필요한 자원)인 동시에 산출(위대한 조직의 평가 기준)이다. 반면에 비영리 조직에서 돈은 투입에 불과할 뿐 위대한 조직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24쪽
비영리기관에서 중요한 질문은 “투자한 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가 아니다. “우리가 투자한 자원으로 우리 조직의 사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얼마만큼 독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24-25쪽
학교는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추구하는 위대한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 교장, 교감, 교사들이 한데 모여 논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2월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우리는 왜 이 자리에 있나요?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답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은 사이먼 사이넥이 이야기한 '골든써클'과 유사하다. 우리는 why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은 약하기만 하다.
결과를 계량화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양에 관한 증거든 질에 관한 증거든, 증거를 엄밀하게 수집해서 진척 상황을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거가 주로 질에 관한 것이라면, 이런저런 증거를 모으고 결합하는 법정 변호사처럼 사고하라. 증거가 주로 양에 관한 것이라면, 자료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실험식 과학자처럼 사고하라. 29-30쪽
‘협치(유명인으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이사회, 투표로 산출된 교육위원회, 민주적인 종교모임 등)’로 이루어지는 모든 모임의 리더들은 권력이 분산된 복잡한 조직 구조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38쪽
대부분의 비영리 기관 리더들은 기업의 최고 경영자와 달리 독단적인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39 쪽
기업의 리더들과 견주어 비영리 기관 리더들에게 결단력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비영리 기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잡한 관리 방식과, 권력이 분산된 조직 구조를 제대로 이해 하지 못할 뿐이다. 기업 CEO는 독단적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비영리 기관의 리더들은 그렇지 못하다. 39쪽
필자는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십과 비영리 조직을 경영하는 리더십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경영 리더십과 입법 리더입니다. 경영리더십은 바른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권한이 리더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입법 리더십은 명목상 최고 관리자라 할 지라도, 누구도 매우 중대한 사안을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구조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입법 리더십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설득과 정치 상황, 공통의 관심사에 더 많이 의존한다.
결국 학교에서 교장은 혼자서 의사 결정할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의사결정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의 학교는 학교장에게 모든 책임을 부여하며 모든 결정권을 부여한다. 물론, 학교운영위원회라는 견제기구가 있지만 제 기능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기관에서는 부적합한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 일이 영리 기업에 비해 훨씬 더 어렵다. 그래서 초기에 평가 시스템을 잘 세우는 것이 채용 시스템을 잘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완벽한 면접 기술이나 이상적인 채용 기법 같은 것으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유능한 경영자라도 인력을 채용할 대 실수를 범하기 마련이다. 그 사람에 대해 확실히 아는 방법은 그 사람과 함께 일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55쪽
3장에서는 '로저 브리그스'라는 과학교사의 사례를 든다. 어떤 학교의 과학교사가 자기 학교에 소속된 과학교사들을 잘 이끌어 학교가 긍정적으로 변한 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비영리 기관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적합한 사람들을 해고하거나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참신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교원평가를 통해서 교직사회의 정체된 분위기를 바꾸는 것보다는 처음 교직을 임용할 때 열정과 헌신, 능력을 갖춘 교사를 임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임용시스템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존 모건은 기업과 비영리 기관의 근본적인 차이를 정확히 지적했다. 비영리기관에서는 콘셉트의 세 번째 원이 ‘경제 엔진’에서 ‘자원 엔진’으로 바꾸기다. 요컨대 비영리 기관에서 중요한 문제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사명에 맞는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해 지속 가능한 자원 엔진을 개발할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하다. 68쪽
위의 내용을 보충하면 '존 모건(이 책에서 사례를 든 교회 운영자)'은 "우리가 교회를 운영하는 데는 돈보다 필요한 것이 훨씬 많습니다. 시간, 정서적 헌신, 손, 마음, 생각까지 온갖 자원을 충분히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우리의 고민입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교육에서도 돈, 즉 예산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교사의 열정, 시간, 희생과 헌신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것이 학교의 자원엔진이다. 교사의 열정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나는 열정은 전염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열정 가득한 선생님이 있다면 그 열정에 감동받고 나도 움직일 수 있는 동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교육공동체'다. 교사들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무엇인가를 하며 열정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른 내용들이 많다. 궁금하다면 직접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학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 또한, 학교가 제대로 역할을 하여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데 기여를 했으면 한다. 100여 쪽에 불과한 이 책을 읽고 학교의 변화에 대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위대한 비영리 기관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정말 공감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공익에는 관심이 없다.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공익을 추구하는 비영리 기관이 활성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