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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Oct 09. 2017

체육 시간 '생산자(Maker)' 되기

플레이스틱으로 축구골대 만들기

1. 들어가며 - 수업의 배경과 의도


  4차 산업혁명 시대다. AI, 로봇과 같은 이야기는 귀에 따가울 정도로 듣고 있다. 그런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학교에서는 어떤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가에 대한 담론도 한창 진행 중이다. 

  나는 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주장하는 협력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필요한 5가지 역량(비판적 사고, 창의성, 의사소통, 협력, 인지적 공감)이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수업이 변해야 한다. 초등학교에 있는 10개 교과 중에서 체육 교과의 성격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체육 교과는 학생들을 ‘스포츠’를 소비하는 소비자로 안내한다. 09 개정교육과정 체육과 각론을 보면 거창한 말들이 나와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냥 스포츠를 학생에게 가르치고 학생들은 스포츠를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나마 나아져서 축구를 배우지 않고 축구형 게임을 배우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체육 교과에서 학생들이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려면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드는 경험을 해야 하고, 그 경험속에서 앞에서 이야기한 5가지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체육 시간에 학생들이 생산해야할 것들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것이고, 하나는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새로운 게임과 도구라고 하지만 사실 이 세상에 정말 새로운 건 없다. 기존에 있던 것에서 살짝 변형하거나 기존에 있던 것들을 섞다 보면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이다.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보는 수업을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바로 플레이스 틱으로 축구 골대를 만들어 축구를 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 운동장에는 축구 골대가 없는데 그 문제를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 보자는 시도였다.  


2. 플레이 스틱(play stick)이란?


  플레이 스틱은 수영할 때 쓰는 키판과 비슷한 재질로 구성되어 있어 부드럽게 휘기도 하는데 긴 원통형으로 되어 있다. 긴 것이 있고 짧은 것이 있다. 또한, 어댑터가 있어서 연결할 수 있다. 


3. 활동 내용

  운동장에서 아이들에게 플레이스 틱 롱 세트 2개, 숏 세트 1개, 어댑터 세트 1개를 주고 2모둠으로 나뉘어 협력해서 축구 골대를 만들어 보라고 하였다. 기존에 설계된 모형 같은 것은 없었다. 즉석에서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다. 

  만든 과정은 아래 영상과 같다.


4. 나오며

  실제로 축구 시합을 해보니 재밌었지만, 사실 이 수업은 실패했다. 왜냐하면 플레이 스틱으로 만든 축구골대가 오래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상에 나오는 한 모둠은 튼튼하게 만들었는데 다른 모둠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10분 정도 하다가 축구를 그만두었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학생들과 어떻게 하면 플레이스틱으로 축구 골대를 잘 만들 수 있었을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대답이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건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체육 시간에 신체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역량들도 길러야 된다고 생각한다. 역량을 기르는 최고의 길은 아이들이 ‘생산자’가 되어보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체육 프로젝트 학습의 모습이고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많은 체육 프로젝트를 제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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