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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Nov 21. 2017

첫째가 수행한 첫번째 미션

6살, 자립심 키우기

  이 글의 시작은 다음 이야기로 하고자 한다.


  인디언 부족에서는 아이가 7살이 되면 아이의 자립심을 위해 무서운 밀림 숲에서 아이 혼자 밤을 보내게 한다고 한다. 늑대 울음소리가 들리고,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려 스산한 숲에서 아이는 혼자 무서움에 떨며 밤을 지새운다.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면 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해 준단다. 아이는 자기가 혼자 있는 줄 알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아이의 부모와 다른 마을 어른들은 아이 모르게 주변 나무 위에서 아이를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다. 아이를 쏘려는 게 아니라 혹시나 아이에게 달려드는 맹수를 쏘기 위해 밤새 그 아이 곁을 지켜주는 것이다. 


  이렇듯 유아기를 거쳐 아동기가 된 아이들은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 나 혼자 이것저것 해보고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 그중 구체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집 밖에 혼자 나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시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다.


  어느 날 토요일 집에 있는데, 점심을 먹은 첫째와 둘째(6살, 4살)가 밖에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한다. 나는 아이들과 나가서 놀기가 귀찮았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두 아이 인솔하기가 귀찮다. 그래서 첫째에게 '혼자서 놀이터에 나가서 놀래?' 하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혼자서 나가 놀겠단다. 둘째는 그 말을 듣고 자기도 오빠를 따라나서겠다고 한다. 마음속에서 쾌재를 불렀다. 언제까지 애들을 내 품에서 이고 지고 살 텐가? 자립심을 키우고 아이들끼리 놀이터에서 놀다 오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만 나가게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태까지 그런 적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아내는 셋째를 보고 나는 두 아이를 조용히 미행하기로 했다. 아이들끼리만 놀이터에서 놀다 집으로 돌아오는 미션을 수행하기로 한 것이다.


  첫째는 길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놀이터에서 놀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까지 놀고 돌아와야 하는지가 애매했다. 그래서 타이머 기능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를 주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딸랑딸랑 소리가 크게 울리니 그 소리가 나면 무조건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30분 타이머를 맞춘 후 시계를 큰 아이 주머니 넣어주었다.


  두 아이가 함께 신나서 집을 나가고 1분 정도 지난 후에 나도 따라나섰다. 50m 정도 뒤에서 따라가면서 보니 두 아이 모두 잠바 앞을 잠가주지 않았다. 오늘 밖에 날씨 엄청 추운데(영하 1도) 빨리 가서 잠가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이 미션은 실패한다. 그냥 모른 채 따라갔다.


  둘이 맨날 가는 놀이터에 가더니 그네를 타고 신나게 논다.

  그런데 한 5분 정도 있었나 갑자기 둘째가 집으로 막 뛰어가기 시작한다. 나는 당황했다. 분명히 큰 아이한테 둘째랑 집에 무조건 같이 와야 된다고 신신당부했는데 둘째가 혼자 집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를 보니 놀이터에서 혼자 유유자적 있는다. 순간 화가 난다. 동생이 집에 가는데 무책임하게 혼자 놀다니. 얼른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째가 집으로 가는 걸 베란다에서 확인하라고 했다


  그렇게 둘째가 집으로 가고 첫째도 5분도 안되어 집으로 혼자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있다가 아내에게 연락이 왔는데 둘째가 너무 추워서 집으로 빨리 오고 싶었단다. 그래서 오빠한테 너무 추워서 집에 간다고 했더니 오빠가 가지 말라고 했지만 자기가 그냥 뛰어 왔단다. 그 전화를 끊고 첫째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바로 집에 가면 이상하니 마트에 들려 과자 몇 개 사고 집에 들어갔다. 아내가 첫째랑 이미 이야기를 했으니 혼내지 말라고 카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래서 놀이터에 아빠 없이 다녀온 것을 칭찬하고 다음부터는 동생이랑 꼭 같이 오라고 이야기했다. 어쨌거나 첫째랑 둘째랑 둘이 나갔다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아이들만 밖으로 나가도 집까지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은 증명이 되었다. 


  나는 언제부터 놀이터에 혼자 가고 혼자 놀았는지 생각해 보면 5살 때부터 그랬었다. 그런데 왜 나는 첫째가 6살이 되도록 혼자서 놀이터에 가서 놀도록 놓아주지 못하는가? 세상이 위험해진 건지 언론에 위험한 사례들이 많이 나오니 위험해졌다고 느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들이 자립심을 키워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 경험은 시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내가 아이들을 내 품에 넣고 키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서두에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를 한 것처럼 부모는 아이를 단속하고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한발 뒤에 물러서 있다가 위험할 때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들에게 처음 준 미션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무사히 집으로는 돌아왔지만 동생을 챙기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아이 키우기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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