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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Dec 24. 2017

독서서평 | 불량한 자전거 여행, 김남중 저, 2009

슬로리딩을 위한 어린이 동화를 읽고

 


 내년부터 슬로리딩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슬로리딩 하시는 주변 선생님들에게 어떤 책이 좋은지 물어보니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셨다. 고학년 대상으로 슬로리딩 하기 좋다고 한다. 아이들을 지도하려면 교사가 먼저 이 책을 읽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구입하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신호진’이라는 6학년 남학생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호진이의 시각에서 모든 상황이 기술된다. 호진이의 엄마, 아빠는 현재 우리나라 가정의 문제점들을 부각하여준다. 엄마는 호진이가 입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호진이가 원하지 않는 학원을 보낸다. 학원을 보내면 가계의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게 된다. 그러면서 다른 집안보다 상대적으로 무능해 보이는 남편을 탓하기 시작한다. 호진이 아빠는 직장을 위해 젊은 시절 열심히 일을 했으나 회사에서 그다지 인정받지도 못하고 가정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호진이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데 엄마가 자기와 대화를 하지도 않고 학원을 보내니 싫기만 하다. 그래서 학원을 땡땡이치는데 엄마한테 걸리게 되고 이게 갈등의 불씨가 되어 호진이는 가출을 결심한다. 그리고 자전거 여행 동호회를 이끄는 망나니 삼촌(부모님의 생각에는)에게 연락을 하여 무작정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청소년 시절 가출을 꿈꾸지 않은 학생이 얼마나 될까? 나 또한 부모님과의 갈등을 겪고 나면 항상 가출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걱정한 소심한 성격이라 가출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 경험이 떠오르며 동화에 더욱 빠져들었다. 


  호진이는 자전거 여행에서 전국을 순회하며 많은 일들을 겪는다. 거기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오르막 길을 오를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고 이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자전거 여행을 통해 13살이라는 나이에 그런 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 이 자전거 여행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광주부터 시작해서 지리산, 부산, 대구, 미시령, 고성까지 이어지는 긴 자전거 여행기를 보며 내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작가가 소설을 흡입력 있게 잘 썼다. 그리고 동화다 보니 너무나 쉽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5, 6학년 학생들이 슬로리딩 하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생각해 볼 부분을 정리해 보면 아래 정도 될 것 같다. 

1. 나는 학원을 왜 다니지? 학원 다니는 비용이 한 달에 얼마지? 우리 부모님은 어떤 마음으로 보내지?

2. 가출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3. 자전거 여행 또는 우리나라 여행을 한다면 어디를 가보고 싶은가?

4. 자기 자신의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굴복한 적이 있는가?

5. 남들의 인정하는 번듯한 직장을 원하는가? 삼촌처럼 돈은 적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것인가?

6. 삼촌 트럭을 훔친 영규 아저씨를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7. 부모님이 싸우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초등학교 독서교육의 모순 중 하나는 학생들이 읽는 어린이 동화를 교사들은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년 수업연구부에서 학생들 책을 구입하라고 한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읽을만한 책은 어른인 교사들이 잘 읽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책을 구입해야 되는지 망설여지고, 어쭙잖은 필독도서 목록을 보며 사곤 한다. 내 생각엔 초등학교 독서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교사들이 먼저 초등학생들이 읽을만한 책들을 직접 읽어봐야 한다. 유치하면 유치한 대로 쉬우면 쉬운대로 읽어보고 판단하면 된다. 나는 이 책이  어린이 동화라 시시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재밌어서 놀랬다. 다음번에는 어떤 어린이 동화를 읽으며 재미를 느껴볼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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