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는 참 유명한 책이다. 예전에 MBC 예능 프로그램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추천한 책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냥 흘려 넘겼다. 내가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올해 읽은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책에서 몽실언니를 가지고 5, 6학년 국어 수업을 이끈 사례를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대충의 내용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그냥 몽실이라는 사람이 주인공이고 6.25 전쟁에서 어렵게 살았던 이야기 겠거니 생각했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도망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몽실이 어머니 밀양댁(친모)이 남편 정씨로부터 도망처 김씨랑 재혼을 하기 위해 김씨집으로 몽실이와 함께 간다. 이때 몽실이의 나이는 7살이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왜 자기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는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몽실이의 관점에서 글이 서술되는데 몽실이의 마음속에 제대로 몰입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읽다 보니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다. 몽실이가 왼쪽 다리를 다쳐 절름발이가 된 사건, 친아버지가 재혼한 새어머니(북촌댁)가 난남이를 낳고 죽은 것, 그 난남이를 몽실이가 지극 정성으로 기르는데 동생 먹을 젖이 없어 고생하는 것, 몽실이가 전쟁에서 부상당한 친아버지를 모시고 부산 병원에 갔는데 기다리다 아버지가 죽는 것 등 몽실이 주변에는 안 좋은 일들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 소설을 읽는 중간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불행한 일을 몽실이는 어린 나이에 너무나 많이 경험하고 있다. 거기다가 더 마음이 아팠던 건 내가 지금 100일도 안된 셋째를 키우고 있는데, 자기 동생 난남이한테 먹일 젖이 없어 쌀을 오독오독 씹어 암죽을 만들어서 먹이는 장면에서는 더 눈물이 났다. 내 앞에 있는 우리 셋째랑 몽실이, 난남이가 오버랩되며 더 가슴이 아팠다.
이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느낀 건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는 것이다. 국군이든 인민군이든 사람은 소중하며 서로 죽이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들도 소중하다. 하지만 전쟁통에 살육이 일어나고, 매정하게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모습이 많다. 그럼에도 몽실이가 밥 동냥을 다니면 따뜻하게 챙겨주는 이웃들이 있다. 나도 그런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소설은 이런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는 과연 몽실이처럼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자신은 없지만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 마음이 아팠고, 상대적으로 몽실이에 비해 나는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의 처지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재밌게도 사람은 나보다 더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볼 때 감사함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낀다. 올바른 행복감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내년에는 우리 학급 아이들과 이 책을 다 같이 읽고 슬로리딩이든 에르디아(비경쟁형 토론)든 해봐야겠다. 시대 상황이 잘 반영되어 있어 역사 공부도 하고,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도 공부할게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몽실언니’가 왜 유명한지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