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일주택
행복한 집의 조건
혼인신고를 하고 일 년이 지나 결혼식을 했다. 집을 구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고 그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결혼을 준비하면서였다. 서울 평균 아파트 집값은 매일 꼭지를 찍으며 최대 상승폭을 보여줬고 그에 밀려난 서울 실거주자는 수도권으로 이동하며 수도권 집값 또한 연일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코로나와 맞물린 엄청난 인플레이션은 결혼하는 모든 이들의 상황과 시기를 아쉽게 만들었다. 혼인신고를 하자마자 나는 신도시 아파트를 계약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했던 계약은 결국 엄청난 집값 상승의 이유로 매도자의 배액 배상 결과로 마무리되었고 그 아파트의 집값 상승 그래프는 계속해서 우상향했다. 충분히 선택할 기회가 있었기에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력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부동산 공부로는 하루 이틀 단기간에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결과적으로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손해 보는 걸 싫어한다. 그 손해가 크면 클수록 사람은 더욱 냉철해지고 잔인해진다. 집은 세상을 살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쇼핑 중 가장 큰 쇼핑이다. 모든 건 사람과 사람 간에 거래로 이루어지지만 모든 대화와 일처리는 그 어떤 기계보다 냉철하고 신속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단 1원 조차 정확하게 확인하고 사인하고 도장 찍으며 자세히 보지 않을 것 같던 여러 장의 서류도 모두가 손해 보지 않기 위해 꼼꼼하게 읽는 과정을 겪는다. 말랑하기만 했던 사람은 많은 참을성과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조차 포기하고 싶은 많은 과정들을 겪으며 그걸 해내야 스스로가 삶의 책임감을 갖고 사는 걸 비로소 인정할 수 있게 된다.
크게 보면 사람이 태어나고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할 집을 선택해 나와 닮은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일련에 러프한 인간의 과정처럼 그려지지만 그 속에 해결해 나아갈 여러 가지 퀘스트들은 어쩌면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을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다치지 않게 포기해가는 과정일 수 있다. 10년, 6년의 청약통장이 있었지만 나는 구축 아파트를 선택했다. 집을 구매한 다는 건 모두 돈으로서 대화의 결과가 입증되는 형태였지만 우리가 나눈 대화에 삶의 형태는 지금에 선택이 옳았다고 느낀다. 행복하게 살기로 약속했고 그런 집을 구매했다. 행복은 호르몬과 같다는 이야기를 봤다. 결속되는 행복은 지루함을 느끼고 행복과는 점점 멀어진다. 행복은 그렇게 잠깐씩 내면에서 빛을 내고 사라진다. 말 못 하는 식물도 며칠간 집을 비우고 돌아오면 금방 시들해진다. 그만큼 행복은 정적을 싫어하고 따뜻함이 필요로 한다. 행복한 집은 신축도 구축도 비싼 집도 저렴한 집도 아니다. 집 고민을 해가며 점점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나에게 다운이가 해줬던 말을 마음속으로 기억한다. "성경아, 우린 어디 살아도 행복하게 잘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