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드는 생각
잊혀짐의 속도
태평이가 떠나고 일동이도 자리를 옮겼다. 태평이와 일동이 자리엔 새로운 아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고 시간은 그렇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흘렀다. 잊혀짐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흩어진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지만 완전한 0과 같은 상태로 흩어지진 않는다. 물에 설탕을 한 스푼 넣은 상태의 달달해진 물은 마실수록 처음 맛본 단 맛과는 차이가 있다. 물의 비율이 커지면 커질수록 단 맛은 점점 희미해지지만 물속에 설탕 성분은 끝까지 남는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물에서도 우리는 단 맛을 찾을 수 있고 소금을 넣은 물에서도 단 맛을 찾을 수 있다. 우린 그런 맛을 계속해서 찾아다닌다. 즐거운 기억도 견디기 어려운 기억도 물과 같은 성분으로 계속해서 희석해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