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 60일 여정에 오르다
60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인천공항이다.
가방을 되도록 간단히 꾸미려고 애썼지만 결국 큰 여행 가방과 기내용 캐리어가 꽉 찬다. 코로나로 여행객이 줄면서 인천-리스본 직항이 없어졌단다. 두바이 경유를 택하니 갈 때 두바이 공항에서 2시간을, 올 때는 두바이 공항에서 무려 19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공항에서 19시간이라니, 이건 좀 너무했다.
일단 두바이 도착 후 도착 비자를 받아 두바이 탐방을 할 수는 있겠지만 두바이에 다녀온 지도 얼마되지 않았다. 이 시간에 대한 고민은 천천히 해 보기로 한다.
유럽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잘할 수 있을까. 교통편은 항공 외에 예약한 것이 없고, 호텔도 첫 여행지인 포르투 3일만 예약해 둔 상태다. 포르투갈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나아가는 일정이지만 어느 도시에서 며칠이나 머물게 될지는 상황에 맡길 참이다. 여행은 '우연에 대한 기대'다. '찐' 여행이란 우연의 앙상블이 아닐까.
공항 청사 내에는 오후 7시가 지나자 눈에 띄게 사람이 줄어든다. 내가 탈 비행기는 마지막 편 밤 비행기, 면세점도 가게들도 문을 닫는다. 사람들은 길게 붙어 있는 의자를 한 사람이 서너 개씩 차지하고 다리를 올리거나 몸을 뉜 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괜스레 어슬렁거리는 축들도 있다.
나는 의자 위에 양반다리로 앉아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꺼낸다. 리스본 태생의 시인이자 철학자, 20세기 문학사에 가장 중요한 인물로 일컬어지는 작가이며 포르투갈어 최고의 시인으로 불리는 페소아다. <<불안의 서>>는 그의 산문집이다. 포르투에 도착할 때까지 이 책을 다 읽을 생각이다. 페소아에 대해서는 이후 포르투갈 여행 편에서 다루기로 하고 지금은 여기까지. 리스본은 여행 마지막 일정에 넣었다. 유럽 대륙 in-out이 리스본이기도 하거니와 페소아에게 문학적 철학적 영감을 주었을 고도 리스본을 천천히 느끼고 싶기도 해서다.
60일간의 유럽여행을 계획할 때 나는 이 여행을 기록하기로 했다.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쓰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일기일까, 삶의 넋두리일까, 여행의 발자취가 될까. 나의 글이 형편없음을 알아차리고 곧 쓰기를 그만둘지도 모른다. 아, 물론 '형편없음'에 대한 강박은 지금도 여실히 나를 괴롭히는 문제 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끝까지 여행기를 쓰게 된다면(그러길 바란다) 그건 순전히 내 글을 읽고 위로를 얻는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서다. 내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을 썼는지 안 썼는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나의 영혼에서 피어난 어설픈 열매, 그것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단물이 된다면 나의 글쓰기는 '할만한 일'이 되는 까닭이다.
앞으로 써 나갈 <<평생 주부, 60일 유럽여행 어떻게 했을까>>는 완성도를 뒤로 미루고 속기하듯 쓰게 될 것이다. 다만, '나이가 너무 많아서', '시작하기엔 너무 늦어서' 무력감에 빠진 이들에게 다정한 힘이 되고 쓸만한 정보가 되길 바라는 마음만은 한가득이다.
코로나로 인천-리스본 직항이 없어져버려 두바이 경유 편을 이용했다. 두바이항공 게이트 앞의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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