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식당엔 밥만 먹으러 오는 게 아니다

살롱 같은 식당

by 명진 이성숙

식당 아줌마 노릇을 처음 해보는 나는 이것저것 서툴다.

주문한 음식을 엉뚱한 테이블에 갖다 주기도 하고 고량주 주문 손님에게 소주잔을 내주기도 한다.

다행히 손님들은 모두 관대하다.


이어지는 질문,

식당 처음하시죠?

네? 네에… 초보티 너무 나죠?


이렇게 말문을 튼 손님들과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나의 책 얘기, 여행 얘기, 그들의 자잘한 일상들.

식사를 끝내고도 일어설 줄 모르고 이어지는 담소는 끝내(^^) 우리를 친구로 만들어 전화번호까지 두고 간다.

그들은 잘 먹었습니다 대신 즐거웠습니다 또 올게요 하고 떠난다.


식도락은 우리 삶의 큰 즐거움 중 하나지만 식당의 존재 이유를 먹는 곳으로만 한정한다면 식당 소임을 반만 이해하는 것이다.

먹는 즐거움, 식탁 위의 교재, 기분 좋은 매장 분위기, 예의 바른 직원들. 잘 되는 식당은 그런 이유가 있다.





저녁 9시 15분 전. 남자 손님이 가게 문을 잡고 묻는다.

식사 될까요?

그의 얼굴에는 이미 미안함이 묻었다.

재료는 거의 소진되었고 주방은 정리에 들어갔다. 면 끓이는 물솥도 불을 끄고 설거지를 마친 다음이다.

짧은 순간 갈등한다.

끝났다고 해도 미안할 거 없는 시간인데, 안된다고 할까.

한편, 늦은 시간 혼자 마땅히 식사할 곳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쩌나.


… 시간 좀 걸릴텐데 괜찮으실까요?


여염집이라도 배고픈 사람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 게 우리 조상들의 정서인데 식당에 온 손님을 그대로 가게해서는 안 될 거 같았다.

주방에서 해면기 달구는 소리가 들린다. 얘기를 듣고 있던 조리장이 빠르게 움직였던 것이다. 15분을 기다려 우육면이 나왔다. 그는 국물까지 우육면 한 그릇을 비우고 갔다.

공짜밥을 준 것도 아닌데 내마음은 왜 이렇게 뿌듯한 건지, 내어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인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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