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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진 이성숙 Jul 12. 2023

파리의 심장, 몽마르트르에서 하루를

20. 파리 / 프랑스

몽마르트르에서 놀다

- 테르트르 광장, 달리 미술관, 성 피에르 대성당, 샤크레쾨르 대성당



베르사유 궁전을 겉만 보고 돌아온(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시위로 직원 파업) 일행에게 가이드가 입장료를 돌려준다. 사람들 불만이 몽글몽글 터진다. 시위 날짜가 사전 공지 되었으므로 가이드는 이날 궁전 관람 불가를 짐작했을 터인데도 일정 취소를 않고 일행을 끌고 온 것에 대한 항의다. 결국 가이드가 몽마르트르행을 제안한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진다.

망가진 일정에 보상으로 몽마르트르에 왔지만 아쉬움이 가시기는커녕, 갈증만 더한 행로였다. 18,9세기 프랑스가 세계 예술을 주도할 때 가난한 아티스트들의 아지트가 몽마르트르였다. 몽마르트르가 두 번째 방문인 나는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며 예술가들의 체취를 느껴도 좋았을 텐데, 단체 투어를 선택하고 보니 시간에 쫓기는 형국이 되었다. 랜드마크 몇 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몽마르트르 기행을 정리한다.


몽마르트르를 좀 더 이해하고 싶다면 가기 전에 영화 세 편 추천한다. <아멜리에>와 <물랭루주>, <미드나잇 인 파리>. 여행이란 무릇 아는 만큼 보인다. 영화 한 편 보는 것으로도 넉넉히 예습이 된다.


테르트르 광장

버스는 다시 파리로 돌아와 몽마르트르 언덕에 도착한다. 테르트르 광장에는 어제인 듯 오늘인 듯, 매스컴 등에서 익히 봐오던 풍경이 놓여 있다.

늙은 화가가 자기 그림 앞에 무심히 앉아 있다. 그림은 팔려도 안 팔려도 상관없다는 표정이다.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작은 낚시 의자에 앉아 있기도 하다. 노화백만 있는 건 아니다. 젊은 화가가 강렬한 색채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그들을 한 사람씩 관찰하는 즐거움이 나만의 것일까. 물끄러미 서서 그림을 지켜보는 이가 그림을 사려고 흥정하는 이들보다 많다. 테르트르는 광장을 중심으로 언덕 아래로 뻗은 골목이 몇 개 있다. 이 작은 골목에 예술가들이 살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작은 간판 하나까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골목마다 작은 미술관과 이야기를 담은 음식점들, 프랑스식 자부심으로 가득 찬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골목을 선택해 걷는다. 고흐가 자주 들렀다는 카페들이 고흐 초상을 그려 바깥에 붙여 두고 영업 중이다. 나는 카페 콘술라트에 앉아 와인과 함께 빵, 하몽을 주문한다. 고흐가 사랑한 압생트는 병째 사들고 나왔다. 압생트는 압생트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독한 술로 초록빛을 띠며 중독성이 강하다. 사실 고흐는 돈이 없어 값싼 압생트를 마셨지만 비싼 코냑을 마신 후에도 꼭 압생트로 입가심을 했다 한다.

언덕을 내려오는데 프랑스의 작곡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에릭 사티가 살던 집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이 분홍 집(수잔 발라동의 집)은 에릭 사티 외에도 툴루즈 로트렉, 르누아르 등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체 여행객을 태운 버스는 내 마음을 읽지 못하고 휘리릭 지나가 버린다. 눈에만 담은 핑크 캐슬이다.




반 고흐와 르느와르 초상이 그려진 식당 ‘르 콘술라트’ 외벽


고흐로 디자인된 압생트 술병. 나는 맥주에 하몽을 안주로 시켰다.


몽마르트르의 테르트르 광장 풍경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아드리아나와 길이 밤에 함께 걷던 계단. 이 계단 위에는 과거 사형대가 있던 집이 있다. 낭만적인 영화의 한 장면이 사형 집행장 옆이라니, 시간이 사람들 기억을 희석시킨 모양이다.



달리 미술관

그리 크지 않지만 흥미를 끄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달리 미술관. 달리는 스페인 화가지만 몽마르트르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했던 화가 중 한 사람이다.

달리 대표작인 흘러내린 시계는 언제 봐도 ‘사유 거리’다. 녹아내리는 듯한 시계를 달리의 성적 욕망이라는 평론가도 있고 개미떼에 뒤덮인 시계는 죽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어쨌든 이 특별한 시계를 보는 느낌은 우울하고 음산하다. 하늘로 날 듯 펼쳐 놓은 콧수염에 거북하게 치켜뜬 눈을 하고 있는 달리 초상도 초현실적 이미지다.

달리 미술관 입구


달리 미술관의 소장품들이다.  맨 위, ‘아담과 이브’와 흘러내리는 시계 조각들



사크레쾨르 대성당

미술관을 둘러보고 언덕을 돌아 사크레쾨르(성심성당)에 도착한다.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가 국민의 사기를 되살리기 위해 비용을 모금하여 건축한 성당이다. 말하자면 기울어가는 국운을 살리겠다는 염원이 담긴 건축인 것이다. 사크레는 성스럽다, 쾨르는 심장을 뜻한다. 사크레쾨르는 성스러운 심장이라는 뜻을 지녀 성심성당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 성심병원, 성심학원이 같은 뜻이다. 비잔틴 양식이라는 흰색 돔이 유난히 눈부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건축에 사용된 트래버틴석 때문이라 한다. 비가 내리면 돌에서 방해석이 침출 되고 이로 인해 희고 은은한 눈부심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고. 특이한 조각도 정교한 장식도 없이 단정하기만 한 성당에 자꾸만 눈이 간다. 단출한 입성에도 귀티 나는 사람처럼, 은은한 눈부심만으로 매력만점인 샤크레쾨르다. 샤크레쾨르 대서양은 프랑스 내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샤크레쾨르 대성당입구에는 잔다르크 동상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대성당 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계단에는 음료수를 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아 파리 시내를 감상하기도 한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은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로 파리 조망, 최고의 장소이기도 하다. 풍경을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 내부 모자이크 벽화가 이곳에 있다.


천국 열쇠를 들고 있는 베드로 성인 동상을 지나 밖으로 나온다. 천국 가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의 손길로 베드로 성인의 오른발이 닳아 있다.


샤크레쾨르 대성당 앞에서 내려다본 파리 시내 전경. 샤크레쾨르는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다. 시내 조망하기 좋은 장소다.

샤크레쾨르 대성당.


샤크레쾨르 성당 내부의, 세계에서 가장 큰 모자이크 성화



몽마르트르의 성 피에르(베드로) 대성당

몽마르트르에 왔다면 뭣보다도 피에르 대성당에 들르지 않을 수 없다. 파리 18 교구, 몽마르트르 언덕 꼭대기 조금은 후미진 곳에 피에르 대성당이 있다.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 쟝이 은촛대를 훔친 곳이 바로 이 피에르 성당이다.

근세에 와서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더 잘 알려진 몽마르트르는 번역하면 순교자의 산이다. 데니스 신부에 의해 세워진 교회는 지금은 데니스 신부를 기리는 곳이 되어 있다. 이곳에는 순교당한 데니스 신부가 자신의 목을 들고 초인적 의지로 달려 올라가다 스러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피에르 성당 안에는 기억에 남을 특이한 조각상들이 있다. 뱀을 밟고 서 있는 성모상, 자신의 떨어진 머리를 들고 있는 데니스 신부상, 천국으로의 안내자 베드로상. 베드로의 앞으로 내민  오른발은 사크레쾨르의 베드로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의 소망이 도포되어 반질반질 윤이 난다.

성 피에르 성당 안의 데니스 신부 동상. 자신의 두상을 들고 서 있다.


피에르 성당의 특이한 마리아 상이다. 성모 마리아가 선악과를 입에 문 뱀을 밟고 서 있다.


성 피에르 성당의 베드로 상(좌측)과 사크레쾨르 성당의 베드로 상. 둘 다 오른쪽 발 끝이 심하게 닳아 있다. 천국을 향한 사람들 소망이 이리도 절절한가 보다.



피에르 성당 입구.



에펠탑

해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택시를 잡아 에펠탑 야경 포인트가 어딘지 데려다 달라고 한다. 낯선 곳에서 어떤 명소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택시 기사의 도움을 받는 것, 기사 아저씨는 정확히 내가 원하는 포인트에 차를 세운다. 손가락 인형놀이 하는 노점상을 지나 에펠탑이 보이는 정면까지 걸어간다.

낮에 보면 흉물 같은 철탑인데 조명이 들어오니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나는 오랫동안 감탄하며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 사이에 서 있었다.


에펠 탑의 주,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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