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다 써버린사람

바보엄마

기억을 다 써버린 사람


엄마 어디가?

우리집~`

여기가 우리집인데~~

아녀~

우리집은 재넘어있어~


엄마

내가 누구야?

몰라~~

뉘쉬여?


그 말 한마디에

내 가슴이 조용히 무너진다.

평생 나만 알아보던 그 눈빛이

이제는 나를 지나쳐간다.


한때는 누구보다 자애롭고

품위 있던 우리 엄마가

어느 날부터인가

천천히, 너무도 천천히

바보가 되어갔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엄마,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엄마.

고향도, 가족도, 세상도

엄마의 손을 떠나가고 있는데

나는… 잡아주지도 못한다.


먼지 하나도 용납 못해

조용히 털어내던 엄마는

이제 먼지 속에 앉아 있어도

바람 한 줄기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엄마 이마에 깊게 패인 세월의 골은

그동안 참고, 견디고, 버티며

나를 키운 흔적인데…

그 골을 따라 흘러내린 기억들은

이미 너무 멀리 가버렸다.


나는 엄마를 부등켜앉고 애원했다

‘엄마, 한번만이라도, 단한번이라도

내 이름좀 불러주세요~

하지만 엄마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허공만 바라본다.


무슨 슬픔이 엄마를 저렇게 만들었는지,

무슨 한이 엄마 가슴을 비워버렸는지

나는 끝내 알 수 없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붙잡지 못하고, 되돌리지 못하고,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서럽기만 하다.


바보가 된 우리 엄마.

아무것도 모르는 그 어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지만…


나는 안다.

엄마는 바보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했고

가장 따뜻했고

나를 사랑하느라

기억까지 다 써버린 사람이다.


그래도,

바보엄마가 곁에있어 좋다.

누가 뭐라해도 엄마는 엄마다.

나의 바보엄마~~


기억을 다 써버린사람


작가의 이전글경로당의 합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