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의 합창

은빛 오케스트라

적막이 주인 노릇 하던 텅 빈 방을 나와 낡은 신발을 구겨 신고 도착한 곳 그곳엔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합창단이 산다


삐걱거리는 무릎은 베이스가 되고 갈라진 목소리는 알토가 되어 서로의 삶이라는 악보를 넘긴다


"아이고, 허리야" 툭 던진 한마디에 "나도 그래" 화음이 얹어지고 깔깔대며 터지는 웃음보에 오전 내내 어깨에 앉아있던 외로움이 먼지처럼 털려 나간다


혼자 끓이던 된장국은 짜기만 하더니 함께 나눠 먹는 믹스커피는 왜 그리 단지 구멍 난 마음을 기워주는 것은 세련된 위로가 아니라 옆 사람의 따뜻한 살 부딪침이었다


해 저무는 줄 모르고 이어지는 소란 그 시끌벅적한 사랑방 너머로 오늘도 외로움은 들어설 자리를 찾지 못해 발길을 돌려 되돌아간다


-------에세이__________

혼자보다 함께일 때 흐르는 온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는 혼자 사는 노년에게 가장 익숙한 손님입니다. 시계 초침 소리조차 천둥처럼 크게 들리는 적막한 거실. 그 고요를 피해 어르신들이 향하는 곳은 동네 어귀, 낡은 간판이 걸린 경로당입니다.


경로당의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코끝을 스치는 것은 투박한 사람 냄새입니다. 누군가 집에서 싸 온 찐 고구마 냄새, 갓 우려낸 믹스커피의 달큰한 향기, 그리고 그 틈을 메우는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

그곳의 소음은 소음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생동감 넘치는 음악입니다.


우리는 흔히 노년을 '침묵의 계절'이라 부르지만,

경로당의 오후는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럽습니다.

어제의 안부를 묻는 목소리에는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고,

화투패를 내려치며 지르는 짧은 비명에는 삶의 스트레스가 묻어납니다.


혼자라면 삭여야 했을 슬픔도 이곳에선 "나도 그래"라는 말 한마디에 희석됩니다.

그 시끌벅적한 합창은 마음에 낀 외로움의 곰팡이를 닦아냅니다. 주름진 손을 맞잡고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릴 때, 어르신들의 시계는 잠시 거꾸로 흐릅니다.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의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그저 웃음 많은 소년과 소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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