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민 Oct 11. 2017

해녀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담긴 곳, 제주해녀박물관

세화 해변 옆, 올레길 21코스의 시작점에 위치한 색다른 박물관

 제주도가 관광지라 그런지, 별의별 박물관들이 많다. 예를 들면, 제주도에는 '소인국 테마파크'라는 곳이 있는데, 이것과 비슷할 것 같은 '제주 미니랜드'라는 것이 또 있다. 그리고 성(性)이라는 것을 주제로 '건강과 성 박물관'이라는 것이 있고, '제주 러브랜드'라는 것이 또 있다. 넷 다 가보진 않았고(별로 가보고 싶진 않다), 나름 차별성이 있겠지만, 얼마나 제주도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테마공원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단면인 것 같다.  


 어디든 마찬가지 이겠지만, 박물관이 어떤 주제로 꾸려졌는지 하는 것보단 박물관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즉, 박물관을 잘 만들기만 한다면, "이런 게 여기 왜 있지?"라고 생각되는 뜬금없는 박물관이라고 할지라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주제나 제목이 아무리 인상적이고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용이 부실하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요즘처럼 인터넷 후기가 많은 시대에 결국 관객들의 원성 및 시간/돈 낭비를 초래하고 결국엔 외면받지 않을까?


 제주 해녀박물관은 제주 동부에 위치하고 있다. 솔직히, 처음엔 제주에 있는 많은 박물관 중에 하나에 불과할 것 같았다. 그러나 올레길 21코스의 시작점이라, 올레길을 걷기 전에 한번 둘러보고 싶었다. 입장료는 천 원 정도였었고, 내가 갔던 때는 주중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박물관은 아주 좋았다. '해녀'라는 주제만으로 하나의 박물관을 꾸릴 수 있을 만큼 해녀와 관련된 콘텐츠가 풍부할까?' 하는 의문은 기우에 불과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멀티스크린으로 제주 해녀의 바닷속 풍경을 재현한 것이었는데, 해녀의 일상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잔잔한 감성을 자아냈다. 사운드도 바닷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재현했는데, 틀에서 벗어난 전시에 대한 고민이 보였다. 

 

 전통 어선의 경우 공중에 매달아 전시해서 아래에서도 위에서도 조망할 수도 있었다. 또한 제주 해녀에 대한 속담이라던지, 해녀들의 항일 투쟁사 등 단순히 제주 해녀의 일상뿐만 아니라 역사성에 대한 조명도 잊지 않았다. 제주의 전통 밥상을 재현한 전시물이라든지, 해녀들의 토속신앙인 영등 할망 신화 등 다른 볼거리도 풍성했다. 박물관의 건물도 신축건물로, 조형미가 있었고, 공원 외부의 작은 공원도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 놓아서, 전반적으로 제대로 된 박물관이라는 인상을 갖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제주 해녀 박물관은 해녀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자부심, 애정이 느껴지는 훌륭한 박물관이다. 제주 동부(성산 일출봉 주변)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들러 보기를 추천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