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라인업, 괜찮은 연기와 아쉬운 연출
대학생 시절에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봤던 기억은 아주 생생하게 남아있다.
당시에 내가 받았던 인상은 한마디로 ‘어떻게 이렇게 옛날 영화(1954년작)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지?”였던 것 같다. 심지어 러닝타임(3시간)도 길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물론 재미만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여러 가지 영감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영화였고, 이후에 이 작품에 영향을 받은 수많은 리메이크/패러디 작품들이 나왔다 (여담인데, 이중에 할리우드 B급 영화 ‘6현의 사무라이’라는 영화가 있다. 진짜 웃긴 영화임. 시간 있는 분들은 한번 보시길).
작년에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 ‘매그니피센트 7’이 나왔다고 해서 보려다가 기회가 안되어서 못 봤는데,
최근에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흥행에는 실패했고, 평단/관객들에게 어정쩡한 평가(로튼 토마토 지수 63%, 관객 점수 73%)를 받았는데, 보통 이런 영화는 사람들이 별로 감상평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없을 줄 알고 별 기대 없이 봤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재미있었다. 액션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고, 몰입도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캐스팅은 좀 쓸데없이 화려한데,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는 뭐… 설명이 필요 없고 크리스 프랫(요즘에 할리우드에서 제일 핫한 남자 배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함)에 이병헌도 나온다(이병헌의 경우에는 그냥 무술 좀 할 줄 아는 동양인 정도로 소모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비중 있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냐면... 그건 아니다. 며칠 동안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출연진들의 연기는 다들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결국 감독의 연출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 연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7인의 전사들이 왜,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하는, 동기적인 측면을 관객들에게 와 닿게 표현해 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7인의 전사들이 단순이 돈만을 위해 싸우는 용병은 아닌 걸로 그려진다. 하지만 폭도들의 잔학함을 묘사한다고 해서 관객들로부터 공감이 획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작을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더 선명해지는데, 원작에 어떤 장면이 있었냐면, 미후네 도시로(가장 비중 있게 나오는 사무라이를 연기한 배우, 개인적으로 나훈아 아저씨랑 너무 닮은 거 같음)가 폭도들의 습격을 받고 불타는 마을에서 살아남은 갓난아기를 바라보면서 “내가 바로 이 아기였다!”라고 울부짖는 장면이 있었다. 이러한 장면 때문에 7인의 사무라이의 싸움은 단순히 돈을 받는 용병의 전쟁이 아니라 대를 잇는 살육과 혼돈에 맞서 목숨을 건 '나의 싸움’이 되고, 관객들도 7인의 사무라이와 같은 마음이 된다.
다시 매그니피센트 7으로 돌아오면, 여기 나오는 인물들도 이러한 동기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동기는 영화가 끝날 때쯤에야 공개가 된다. 꽤나 잘 만든 액션 장면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이 영화가 좀 ‘얕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아마도 이런 부분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