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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민 Oct 10. 2017

영화 '매그니피센트 7'과 '7인의 사무라이'

화려한 라인업, 괜찮은 연기와 아쉬운 연출

대학생 시절에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봤던 기억은 아주 생생하게 남아있다.

당시에 내가 받았던 인상은 한마디로 ‘어떻게 이렇게 옛날 영화(1954년작)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지?”였던 것 같다. 심지어 러닝타임(3시간)도 길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물론 재미만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여러 가지 영감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영화였고, 이후에 작품에 영향을 받은 수많은 리메이크/패러디 작품들이 나왔다 (여담인데, 이중에 할리우드 B급 영화 ‘6현의 사무라이’라는 영화가 있다. 진짜 웃긴 영화임. 시간 있는 분들은 한번 보시길).

작년에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 ‘매그니피센트 7’이 나왔다고 해서 보려다가 기회가 안되어서 못 봤는데,

최근에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흥행에는 실패했고, 평단/관객들에게 어정쩡한 평가(로튼 토마토 지수 63%, 관객 점수 73%)를 받았는데, 보통 이런 영화는 사람들이 별로 감상평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없을 줄 알고 별 기대 없이 봤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재미있었다. 액션 장면에 공을 많이 들였고, 몰입도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캐스팅은 좀 쓸데없이 화려한데,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는 뭐… 설명이 필요 없고 크리스 프랫(요즘에 할리우드에서 제일 핫한 남자 배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함)에 이병헌도 나온다(이병헌의 경우에는 그냥 무술 좀 할 줄 아는 동양인 정도로 소모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비중 있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냐면... 그건 아니다. 며칠 동안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출연진들의 연기는 다들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결국 감독의 연출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 연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7인의 전사들이 왜,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하는, 동기적인 측면을 관객들에게 와 닿게 표현해 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7인의 전사들이 단순이 돈만을 위해 싸우는 용병은 아닌 걸로 그려진다. 하지만 폭도들의 잔학함을 묘사한다고 해서 관객들로부터 공감이 획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작을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더 선명해지는데, 원작에 어떤 장면이 있었냐면, 미후네 도시로(가장 비중 있게 나오는 사무라이를 연기한 배우, 개인적으로 나훈아 아저씨랑 너무 닮은 거 같음)가 폭도들의 습격을 받고 불타는 마을에서 살아남은 갓난아기를 바라보면서 “내가 바로 이 아기였다!”라고 울부짖는 장면이 있었다. 이러한 장면 때문에 7인의 사무라이의 싸움은 단순히 돈을 받는 용병의 전쟁이 아니라 대를 잇는 살육과 혼돈에 맞서 목숨을 건 '나의 싸움’이 되고, 관객들도 7인의 사무라이와 같은 마음이 된다.

'매그니피센트7'의 원작 영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다시 매그니피센트 7으로 돌아오면, 여기 나오는 인물들도 이러한 동기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동기는 영화가 끝날 때쯤에야 공개가 된다. 꽤나 잘 만든 액션 장면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이 영화가 좀 ‘얕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아마도 이런 부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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