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민 Oct 09. 2017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읽고


거의 5~6년전인가, 선배로부터 김훈의 ‘남한산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의 표현에 의하면 문장들이 “미쳤다”는 것이다.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에 사놓았는데 며칠 전까지도 보지 않았었다. 따라서 이 책은 5년이 넘게 어색하게 책꽂이에 누워 있었다.    


 ‘남한산성’은 사놓긴 했는데, 솔직히 정말 손이 가지 않았다.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조선의 왕이 오랑캐(청)에 쫒겨 남한산성에 피신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통 받다가 결국 치욕적으로 굴복한다는 이야기'인데, 전혀 유쾌하지도 않은 내용일 뿐더러 고통스럽기까지 하리라는 것을 책의 제목과 겉표지만 보고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 뒷표지에 나온 문장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그해 겨울, 갈수 없는 길과 가야하는 길은 포개져 있었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세상에 즐겁고 유쾌한 드라마,영화,소설이 넘쳐나는데, 안그래도 힘든 직장생활하면서 굳이 굴욕,치욕적인 역사를 세세하게 묘사한 소설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 영화 ‘명량’만 해도 이순신 장군이 온갖 힘든 일을 겪다가 결론은 통쾌한 승리로 끝나는데, 이 책은 전혀 그런 결말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안읽어봐도 알 수 있다.


미국에 와서 순전히 한글로 된 읽을 책이 이제 다 떨어져서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남한산성’이었다. 읽어보니 이 책은 의외로 재미 있었고, 금방 읽었다. 읽는 건 고통스럽고, 물밀 듯이 밀려오는 감동은 없지만, 군더더기 없고 잘쓰여진 하나하나의 의미심장한 문장이 주는 강렬한 힘이 있다. 이 책은 남한산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또한 삶과 죽음, 자존과 치욕, 절망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기가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예상은 맞았다. 그러나 그 이유는 그때 그시절 남한산성에서 일어났던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2015년 현재 한국에서 읽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소설의 내용에 겹쳐져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의 혼돈과 부재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혔다. 잘못되거나 부족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지. 당시 조선의 언어와 소위 오랑캐의 언어가 어떻게 달랐는지, 그들의 언어가 당시에 서로에게 어떻게 읽혔는지. 과연 그것이 힘의 문제였는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둘다의 문제였는지...

 따라서, 이 책은 글을 써야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매그니피센트 7'과 '7인의 사무라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