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이유
사라져가는 것들의 기억과 기록 -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안정희]이야기나무출간예정
강운구의 사진과 함께 읽는 네 번째 책은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들]이다. 작가 포리스트 카터의 할아버지 는 체로키 인디언이었다.
그의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소설로 옮겼다. 소년 ‘작은 나무’는 어머니가 죽자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체로키 인디언이다. 산 속 오두막에 살면서 자연의 이치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또한 체로키 인디언들이 백인들에 의해 거주지를 잃고 강제 추방당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난 일을 모르면 앞일도 잘 해낼 수 업다. 자기 종족이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면 어디로 가야 될지도 모르는 법."
미국 남동부에 황금이 발견되자 체로키족의 비극이 시작됐다.
자신들이 살던 비옥한 대지와, 골짜기와 집과 산을 포기한다는 각서에 강제로 사인을 하도록 한 후 백인들은 관심도 갖지 않던 황량한 땅으로 이주를 명령했다. 1838년에서 39년 사이에 미합중국의 강제 이주령이 떨어지자 체로키족은 이 주파와 반이주파 사이에 내전이 발발했고 미국 기병대에 밀려 고향에서 2000km나 떨어진 중부의 오클라호마로 걸어서 이주하는 동안 추위와 굶주림 질병으로 약 4천 명이 사망했다.
미국의 역사는 이를 ‘눈물의 행로(The Trail of Tears)라 부른다. 그러나 포리스트 카터는 책에서 이 비극을 적나라하게 고발하지 않는다. 다만 체로키 인디언이 구전으로 전승시켜 온 ‘자연의 이치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이 책이 1876년에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절판되었는데 1986년 뉴멕시코 대학출판부에서 복간되자 점점 찾는 이가 많아져 1991년에는 무려 17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비판하지 않되 ‘영혼이 따듯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오히려 인디언들의 삶의 가치를 제대로 전승시켰다.
이제 소멸하는 기억을 인간의 뇌가 어떻게 포착하는지 과학적으로 풀어보려는 사람을 만나 볼 차례다.
“기억은 언제나 나를 매혹했다. 생각해 보라. 당신은 당신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날, 첫 데이트, 첫사랑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회상할 수 있다. 그럴 때 당신은 사건만 회상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또한 그 사건을 둘러쌌던 분위기-광경, 소리, 냄새, 때, 대화, 감성적인 색조-도 경험한다.”– 에릭 켄델
에릭 켄델은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의 과학자다. 그는 본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생일이 지난 며칠 후 이른 저녁 아파트 문을 쾅쾅 두리며 경찰관 두 명이 나타나 당장 아파트를 비우라고 명령한다. 나치가 빈을 점령하자 유대인이었던 에릭의 가족은 재산을 몰수당한 채 빈을 떠나야 했다. 에릭은 성장한 후에도 경찰이 문을 두드리던 그 날 밤을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하게 기억했다. 처음에는 의학을 전공했다가 빈에서 겪은 공포가 뇌의 분자적 세포적 조직에 어떻게 각인시켰기에 반세기가 넘게 지난 지금도 그 경험을 시각적 감정적으로 생생하고 상세하게 재생할 수 있는 것일까를 연구하기로 한다.
[기억을 찾아서]는 유년시절의 한 사건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백하는 자서전이자 지금까지 인류가 수없이 직면한 공포를 해결하고자 어떻게 스스로를 단련시켜왔는가에 대한 뇌과학발전사이다.
기억을 내게로만 가둘 때 상처가 된다.
이를 사회의 기억으로 환원하고 공유기억으로 재생할 때 인간은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의 역할’에 대해 비로소 성찰할 기회를 갖는다. 비로소 인간이 인간을 소멸시키는 전쟁을 영원히 기억하며 후대에 되풀이해서는 안 될 공유기억으로 구축한다.
에릭켄델의 [통찰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