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의 [신과 함께-이승 편]
글과 사진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 -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2015 이야기나무출간예정]
미술관에는 그림도 있고 사진도 있다. 사진은 그림에 비하여 순간으로 대상을 표현한다. 다만 그 찰나를 포착하려면 기다려야 한다. 빛이 순간을 장악하고 사물의 영혼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순간, 셔트를 누른다. 해서, 사진은 빛에 기댄 예술이다. 반면에 빛은 또 사진 덕분에 살아남는다. 저물어가고 사라질 빛을 사각의 틀 안으로 부여잡아 영원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사진이기 때문이다.
미술관 옆 도서관 세 번째 이야기는 사진이 붙들어 맨 빛을 더듬어 사라져 버린 ‘기억’을 불러내고 그 덕분에 부활하는 ‘기록’을 읽고자 한다. 또한 수많은 빛들이 모여 장구한 역사가 되는 현장을 사진과 책이 각각의 장르에서 같은 주제로 변주한 장면들을 넘겨본다.
네 번째 주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과 기록” 3
강운구의 사진과 함께 읽는 세 번째 책은 웹툰 주호민의 [신과 함께-이승 편]이다.
주호민의 [신과 함께-이승 편]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한국 편이다. 한울동 재개발 사업이 확정되면서 아파트를 철거를 앞둔 동현이네에 전통 신인 성주신, 조왕신, 측신, 철융신이 모였다. 성주신은 집 건물, 조왕신은 부엌과 불씨를, 측신은 변소를, 철융신은 마당과 장독대를 지키는 가택신이다. 동현의 할아버지는 58년 동안 살았던 이곳을 버리고 아파트로 갈 수가 없다.
신들 또한 뒷간이 없고, 부뚜막이 없고 마당도 장독대도 없어 동현이를 따라 아파트로 갈 수 가 없다. 아파트에서는 변이 양변기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측간신이 필요 없다는 소리에 놀란 측간신은 ‘어째서?! 귀한 똥을 왜…?!” 하고 소리 지른다. 할아버지가 일하는 간 동안 혼자 집에 남아 있던 동현이를 지키던 가택신들은 당장 자신들의 거처보다 어린 동현이 걱정이다. 재개발 승인을 독촉하는 사람들은 깨끗한 아파트에 가서 편하게 살라고 할아버지를 종용하지만 동현이네의 경우는 아파트가 그저 편리하고 깨끗한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동네 사람들의 지킴의 ‘눈’과 배려의 ‘손’이 필요한 동현네의 경우는 골목이 살아 있는 곳이 더 나을 수 있다. ‘신과 함께’는 전통신이 한국인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오늘날의 주택의 구조와 삶의 형태에 비추어 잘 드러낸다. 급격한 현대화를 거친 우리들은 전통신을 잘 모른다. 전통신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수많은 고리를 잃어버렸다. 주호민은 그 고리를 ‘만화’ 로 엮어 잊힌 기억을 생생한 ‘지금’의 현장으로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