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책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
그림과 책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 두 번째 주제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실제 있었던 일임에 비하여 두 번째 책 [럼두들 등반기]는 얼토당토 않는 거짓여행이다.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일곱 명의 괴짜들의 산악기행, 기가 막히게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이 계속 웃는다. '럼두들'은 무려 12,000.15미터에 이르는, 누구도 등정에 성공한 적이 없는 산이다.
영국은 그 산에 가장 먼저 오르는 영광을 누리고자 과학자, 요리사, 지도와 지리 전문가, 영국 육군 병참단소령, 통신담당, 언어학자 그리고 원정대장까지 총 7명의 전문가들로 팀을 꾸렸다. 그러나 등정을 준비하는 첫 예비모임에 지리 및 지도 전문가가 오지 못했다. 모임 장소에 오는 길을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갈아타야 할 버스도 구분하지 못했고 급기야 유괴까지 당해 팀원들이 럼두들을 오르는 내내 버스비와 몸값을 보내 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그는 종내 등반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등반대원들의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는 계속 혼자서 각종 희귀병에 걸린다. 산을 오르는 동안 오직 자신의 병을 치료하느라 사력을 다해야 했다.
통역을 맡은 언어학자는 필요한 포터(짐꾼)의 숫자 2백을 2만이라 말하는 바람에 등반하는 내내 포터들이 먹을 음식과 침낭이 산보다 더 높았다. 그의 오역은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팀은 럼두들의 정상에 올랐다. 팀원들이 모두 요리사의 끔찍한 음식을 먹느니 차라리 그가 결단코 오르지 못할 더 높은 베이스캠프로 오르겠다며 기를 쓰고 산을 올랐기 때문이다. 연달아 발생하는 터무니없는 일들과 그것을 해결하는 팀원들의 기막힌 방법 그리고 이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격려하는 원정대장의 태도 때문에 한 장도 웃지 않고 넘기기 어렵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읽어야 할 판이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으나 알만 한 사람은 모두 아는 컬트 책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힌다. 1956년 출간되자마자 산악인들이 산에 가서도 등정도 잊고 책을 잡은 채 하도 웃어 대는 바람에 일치감치 '산악인 배꼽 잡는 책'으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3년 후 1959년에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탐험대는 그들이 발견한 봉우리에 '마운트 럼두들'이라고 이름표를 붙였다. 그래서 책 출간 전에는 없던 산 ‘럼두들’은 남극지도에 공식 지명으로 버젓이 표시되기에 이르렀다.
출간된 지 60여 년에 이르렀고 럼두들이라는 지명은 이제 침낭, 산악단체, 말 심지어 록밴드 이름으로 애용되고 있고 에베레스트 등정대의 집결장소(카트만두) 식당 이름이 되었다. 웃지 않고는 한 페이지도 넘길 수 없고 웃느라 기가 빠져 하루에 서너 페이지 정도 밖에 못 읽는 [럼두들 등반기]를 읽으며 가상의 산으로 함께 올라본다. 내려 올 즈음에는 유쾌함으로 넉넉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럼두들 등반기]는 시종일관 코믹하다. 너무 웃어 정신을 차리고 나면 아득하기 까지 한데 여행을 주제로 함께 읽는 책 세 번째 책 [신들의 봉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하고 무겁다. 그런데 가슴이 뛴다. 역사적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때문이다.
‘산을 왜 오르느냐?’고 묻자 ‘산이 거기 있으니.’라고 답을 했다는 유명한 영국의 등반가 조지 맬러리. 1920년대 영국은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고자 국가적 차원에서 매달렸다. 북극 남극이 모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첫 걸음을 디뎠기 때문이다. 당시 ‘에베레스트의 사나이’라 불렸던 맬러리도 영국 정부가 꾸린 등반팀에 합류한다. 산 정상 바로 밑에서 6 캠프까지 홀로 올라간 맬러리. 파트너였던 어빈은 맬러리가 정상 바로 밑에까지 올라간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그리고 이후 맬러리는 실종되었다. 등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킨 사건 즉 맬러리가 과연 정상에 성공했을까였다.
만약 맬러리가 등반에 성공하고 내려오는 길에 실종되었다면 1953년 의 힐러리가 세운 기록보다 50여 년이나 앞서 정상에 오른 셈이었다. 영국 BBC 다큐멘터리 팀은 마침내 1999년 5월 1일, 75년 만에 정상을 향해 손을 뻗은 자세의 맬러리를 발견했다. 등산복은 삭아 없어졌지만 피부는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산길에 추락했는지 등산길에 죽었는지 알 길이 여전히 오리무중이 되었다.
[신들의 봉우리]는 일본의 유메마쿠라 바쿠가 당시 맬러리가 꼭대기에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것을 알아볼 방법도 남아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쓴 소설을 다니구치 지로가 만화로 옮겼다. 에베레스트 8,000미터보다 높은 지점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가 카트만두(에베레스트원정거점도시)거리에 매물로 나와있었는데 그것을 일본 산악인이 발견한다는 가정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야기의 한 축은 이렇게 역사적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한편 또 한편으로는 맬러리와 성격이 비슷한 하부 조지라는 일본 등산가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부모 없이 배우지 못해 왕따였던 하부 조지는 산을 오르며 자신을 찾고자 했다. 이윽고 일본 최고의 등반가가 되지만 에베레스트 등반팀에는 번번이 참가하지 못했다. 번번한 스폰서가 없었기 때문에 값비싼 경비를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불법으로 히말라야로 건너간 하부는 사람들이 전혀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능선을 개발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오른다. 하부에게 산을 오르는 것과 산다는 것은 동일한 의미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과도 같았던 맬러리의 시신 옆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 책은 맬러리로부터 시작하여 하부의 삶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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