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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정희 Sep 07. 2015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1

그림과 책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

그림과 책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   두 번째 주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1



그림은 하나의 장면에 선이나 색으로 드러난다. 아주 간결한 형태이나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다.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오래된 메신저요. 몹시 간단한 언어다. 게다가 보는 사람마다 달리 읽는다. 볼 때마다 달리 읽힌다. 인간이 그림을 좋아하는 까닭이다. 그에 비하여 글은 몇 가지 단계를 거쳐 비로소 읽힌다. 미술관 옆 도서관 두 번째 이야기 역시 그림과 글의 ‘읽기에 주목한다. 순간에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의 도움을 받아 좀 더 긴 텍스트인 ‘책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다. 여러 장의 글을 읽으며 단 한 장의 그림 속에 담긴 스토리를 상상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림에서 이야기(서사)가 흘러나오고 글에서 형태와 빛깔이 뿜어져 나온다. 그림과 책이 어떻게 공감과 공유를 이끌어내는지 각각의 장르에서 같은 주제로 변주되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스티브 행크스 [비 오는 날의 떠남] 2011 Leaving in the Rain by Steve Hanks  

출처 www.stevehanksartwork.com  

스티브 행크스가 수채화로 그린 [비 오는 날의 떠남]이다.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마치 사진 같은 표현에 놀란다. ‘현존하는 최고의 수채화가’, 감상적 극사실주의 화가’라고 불리는 행크스, 특히 빛을 잘 표현해 어떤 이들은 ‘수채화계의 렘브란트’라고 말하기도 한다. 해군 장교였던 아버지 덕분에 유년시절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성장했는데 당시 바다와 햇살 아래에서 놀았던 경험이 이후 그림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위의 그림에서도 저 멀리 아주 작은 점처럼 보이는, 기차의 노란 불빛이 화면 전체를 지배한다.   

비가 온다. 추적추적. 먼 길을 떠나려는 듯 단단한 여행가방이 두 개다. 그러나 ‘떠날는지, 이대로 집으로 갈지’ 맘을 잡지 못했다. 마침 비까지 내려 따듯하고 익숙한 내 방의 이불 속이 몹시 그립다.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는 오지 않는데 다리가 너무 아프다.   

‘도대체 어쩌자고 길을 나선 거야...’  

결국 트렁크에 주저앉아 우산과 함께 비를 맞는다.   

‘이대로 돌아갈까’하는데 마침내 저 멀리 기차가 노란 불빛을 앞세우며 역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과연 기차에 오를 것인가?

 


스티브 행크스의 그림과 함께 읽을 책 4권은 모두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길로 향하거나,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떠나는 ‘여행’이 주제다.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일상으로부터 놓여나려는 마음,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쉬려는 마음, 휴식이 보인다. 쉼은 결국 다시 일하려는 과정이다. 그런데 지금의 삶을 버리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의 저자 제이미 제파가 바로 그렇다. 제이미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댁에서 자랐다. 손자 손녀에게 쏟는 정성과 노력이 웬만한 부모보다 더 극진했으므로 ‘안정’과 ‘성공’을 중요시 여기는  그분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았다.

덕분에 제이미는 능력 있는 약혼자를 두었고 자신 또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참이다. 그런데 망설여진다. 이 길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 처음에는 열정을 쏟을 만한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에서 국제봉사단체가 부탄에서 영어자원활동을 할 교사를 구한다는 문구에 사로잡혔다. 할아버지와 약혼자는 반대를 하지만 제이미는 일단 캐나다에서의 모든 일들을 잠시 멈추고 부탄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딱 2년만 영어를 가르치고 돌아와 예정대로 결혼도 하고 대학원에 진학을 하려니 했다.



수돗물도 없고 밤에 전기도 잘 켜지지 않고 수세식 화장실도 없고 옆 마을로 가려면 10시간 이상 걸어서 가야 하는, 자신이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아는 부탄에 눌러앉을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부탄은 '세상에는 그곳을 여행함으로써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행자를 변화시키는 이상하고 놀라운 장소’였다. 2년이 지난 후에도 제이미는 봉사활동기간을 연장했으며 아예 부탄남자의 아이를 낳고 그곳에 정착했다. 제이미가 만일 광고를 보지 않았더라면 공부를  계속한 후 안정된 직장을 잡고 전도 유망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어렵게 마련한 집을 가꾸며 살았을까? 우리네 인생에 ‘만약’이 없으니 장담할 일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 나면 제이미는 '언젠가는 부탄으로 여행을 떠나야 할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곳이 반드시 부탄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도시가 아닌 생산과 소비가 유리되지 않은 할아버지의 삶이 아닌, 공동체가 살아있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제이미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상을 찾았다. 자신을 찾아 길을 떠났고 그 길에서 부탄을 만났다. 마땅히 떠나야 할 여행,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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