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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목공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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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모 Sungmo Lim Apr 15. 2016

목조주택

어떻게 살 것인가


First tool belt in Canada 2012.



2014년 어느날


자유인으로 돌아온 유시민의 첫 번째 책 제목을 보니, 내가 인생의 방향을 정한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러니까 2010년, 군대를 전역할 즈음인 것 같다. 대학을 간 것이 정말 내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길일까? 나는 정말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싶었을까? 학교기관에서의 선생님이 되지 않더라고 나는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이 세상에 직업이 2만 가지가 된다는데, 그중 내가 해야 되는 일은 무엇일까?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생각이 들 때에 깨달은 게 있다면,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 인생에서 진로라는 거대한 문제를 두고 봤을 때에도 확실했고 답은 더 간단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의식주.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교육관에 찬성의 표를 던지며, 교육을 전공한 한 사람으로서 신체 건강한 사람이 가장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는 집을 짓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여러 방법 중 친환경으로 알려진 목조주택으로 말이다.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축복이다. 노가다라 불리는 육체노동이, 못 배운 사람들이 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이 되어버린 세상이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나는 '노가다' 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누구는 일제 치하의 잔재로써 없어져야 할 단어라 말하겠지만, 뜻을 알고 사용하는 것과 모르고 사용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노가다라는 이 단어는 나에게 그 시대의 분노와 깡을 간접적으로 떠오르게 해주며, 이것을 열정으로 표출해준다. 물론 멍청해서 노가다 한다는 소리 듣기 싫으면 자기 계발에도 충실해야 된다. 관련 책을 항상 곁에 두고, 최신 소프트웨어를 현장에서 활용할 줄 알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

가끔은 작업복 차림으로 도서관에 드나드는 캐나다의 문화가 부럽다. 그들에 대한 주변의 시선들은 지저분한 차림으로 인해 인상을 쓰기보다는 '어떤 어떤 기술을 가졌겠구나', '돈을 잘 버는 사람이겠구나' 식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게 부럽지는 않지만.

수년, 수 십 년 후에도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생각하는 게 맞고, 그래서 행동한다. 가시적인 1년, 2년 내의 계획들은 있다. 하나하나 이뤄가다 보면 다음의 계획들이 보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다. 티끌만큼의 내 행동들이지만 정치인이나 기타 공인이 아닌 이상에야 대한민국 국민의 평범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니까.


2011년, 캐나다에서 망치를 처음 잡은 후, 다음 해 귀국 후 본격적으로 목수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주택이 경량 목구조다, 통나무다, 콘크리트다 하는 것들은 보통 벽이 되는 구조재를 무엇으로 만들었냐에 따라 구분된다. 내가 하는, 우리가 종종 보게 되는 전원주택들 중 경량 목구조 주택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게 만들어진다.

기초 위에 토대를 깔고
2x6로 벽을 세우고
외부에는 합판을 치고
합판 위에 투습방수제인 타이벡을 치고
내부에는 구조재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후 석고를 치고
살내외 마감재로 치장을 하고
화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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