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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Oct 29. 2020

우리 딸도 나를 서운하게 하겠지


나와 10년을 함께하고 있는 반려견은 50일이 되던 날 우리 집으로 입양되었는데 걷고 뛰고 똥오줌도 스스로 가렸다. 00아~ 부르는 소리에 쪼르르 달려오기도 했다. 강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제 발로 기어가 엄마 젖을 찾아 문다고 한다.


10살배기 할아버지




반면 사람만큼 미숙하게 태어나는 존재가 또 있을까.


41주+4일째 되던 날 3.14kg로 태어난 우리 딸. 정말 못생겼다.


태어난 순간부터 울음을 터뜨려 제대로 숨 쉴 수 있도록 의료진들이 손발을 착착 맞춰야 하고, 신생아실로 이동하는 그 순간부터 엄지 손가락만 한 위가 채워질 수 있도록 하루 10번가량 분유를 먹여야 한다. 생후 31일이 된 지금의 우리 딸은 2시간 30분 간격으로 먹고 하루 15개 정도의 기저귀를 쓴다. 신생아들은 위와 장이 굴곡 없이 일자로 연결되어 있어 자칫하면 먹은걸 그대로 게워내기 때문에 먹은 후 정성스레 무릎에 앉혀놓고 30분가량 등을 토닥이며 트림도 시켜줘야 한다. 목도 가누지 못하기 때문에 행여 다칠까 목과 머리도 조심스레 받쳐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알아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어릴적 나



태어나서 부모님께 가장 많이 한 말이 뭘까.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참 좋은 말들, 꼭 했어야 하는 말들도 많은데 하고 많은 말들 중 ‘알아서 할게요’란 말을 가장 많이 하진 않았나. 태어나 내가 알아서 한 일은 단 하나도 없을 텐데 말이다.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부모님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단 한 곳이라도 있을까. 지금도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아빠는 ‘네가 알아서 한 일이 뭐가 있다고 에휴......’ 한숨을 쉬셨고 엄마는 ‘자식 낳으면 엄마 마음 다 이해할 거다.’ 말씀하셨나 보다.

육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중엔 어쩌려고 이러는지 벌써부터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며 마음이 먹먹하다.



나도 언젠간 우리 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걱정되는 마음에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는 부모가 될 거다. 그럴 때 우리 딸이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퉁명스러운 말을 던지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내게 그런 말을 수천번은 들어오셨을 우리 부모님 마음도 마찬가지다.



자식이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되어도 아흔 노모가 자식 걱정을 한다고 한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지금까지 부모님의 희생을 되새기게 된다.




오랜만의 딸 방문에 엄마는 늘 상다리 휘어져라 상을 차리신다.



그런 나는 오늘도 먹을거리를 보내준다는 엄마와의 통화에서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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