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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Dec 04. 2020

당신들에게는 소중한 사람이 없습니까?

소중한 사람이 많아 슬픈 나의 인생


지긋지긋하다 코로나 19. 이름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 정도다. 이 지긋지긋하고 구역질 나는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고통을 비웃듯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그러나 내가 더 참을 수 없는 건 타인의 일상을 희생시키고 자신의 일상을 챙기는 사람들. 그들에겐 무엇이 없는 것일까. 생각? 개념? 희생정신? 아니다. 그들에게 부재한 것은 바로 ‘소중한 사람’이다.



소중한 사람이 없는 젊은 이들은 밤이면 외진 곳으로 숨어든다. 조명도 공기도 탁한 곳에서 사람들과 몸을 부대낀다. 바이러스야 와라! 내가 이겨주마! 비웃으며 술잔을 기울인다.

소중한 사람이 없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워댄다. 마스크의 사용법을 모르는지 마스크는 턱에서 올라올 줄 모른다. ‘코로나 진짜 안 끝나냐 아오.’ 대화 내용이 참 아이러니다.

소중한 사람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겠다며 거리로 나온다. 다닥다닥. 미치광이 목사는 기도를 하면 바이러스에서 자유롭단다. 저 미치광이 누가 안 잡아가나. 그들에게 목소리를 내는 방법은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기에 굳이 거리로 나오는 것이 유일무이하다. 그래, 소리는 거리에서 고래고래 질러야 맛이지......

소중한 사람이 없는 사람들은 연수, 워크숍이 굉장히 소중한가 보다. 그리고 연수는 역시 바람 좋고 물 좋은 삼다도, 제주도가 최고다.



나는 7개월 아기를 육아 중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딸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열에 시달리고 지울 수 없는 폐 손상을 입는다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나는 죽고 싶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와도 온 몸에 소독약을 뿌린다. 외식은커녕 바람을 쐬러 못 나간지도 일 년이 다 되었다. 나의 외출은 일주일에 한두 번 아파트 단지 안 공원 산책이 전부. 본 사람이라곤 가까운 가족이 전부인 아기는 낯선 사람 얼굴만 봐도 세상 끝난 듯 울어댄다. 힘든 시기에 태어나 죄 없는 아기만 고생이다. 매일 아침 확진자가 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친언니가 아이를 낳았다. 나에게 조카가 생긴 것. 조카는 태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 미소를 보고 있자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진다. 그런데 형부의 회사에 확진자가 나타나 형부까지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그 소식을 들은 내 가슴은 한 동안 요동쳤다. 언니는 어땠을까.



나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때문에 외할머니 손에 컸다. 외할머니의 유일한 낙은 노인정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윷놀이하는 것. 가끔 강사들이 와서 춤과 노래도 가르쳐준다고 한다. 할머니가 노인정에 못 나가신 지 한 참되었다. 할머니 연세가 올해로 아흔. 할머니의 남은 인생이 봄이었으면 했는데 너무나 시린 겨울이다. 치기 어린 젊은 이들의 자유가 아름답기 위해 아흔 된 노인의 자유는 시들어도 되는 걸까.



나는 승무원 준비생들을 코칭하는 일을 한다. 2019년, 나는 아이들에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내 잘못이다. 나의 소중한 학생들은 준비한 것들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꿈을 포기했다. 말로는 나이 제한이 없다지만, 실제로는 나이에 관대하지 않은 국내 항공사 기준을 생각하면 포기하는 것이 이성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내년에 백신이 풀린다 해도 얼어붙은 채용시장이 풀리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거다. 비단 승준생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시대의 취준생들은 포기란 단어가 익숙한 세대다.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야!

쿨하게 외치며 타인의 일상을 희생시키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이 없으니 불쌍한 인생이다. 소중한 사람이 없는 건 괜찮다 치자. 스스로 마저 소중히 여기지 않으니 애석한 일이다. 그 불쌍한 인생을 위로하려 오늘도 어김없이 죄 없는 타인의 인생을 담보 잡을 거다.



집안을 환기시키려 창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폐에 스며들도록 몇 번이고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바깥을 나가지 못하는, 소중한 사람이 많아 슬픈 나의 짧지만 귀한 하루 일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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