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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Apr 28. 2021

로또? 행복한 고민

1등 복권 판매점 주인이 된다는 것

 매주 금요일이면 지방에서 올라오는 남편을 마중하러 나간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 중간쯤이면 어김없이 차가 막힌다. 금요일 퇴근시간이니 당연하지만 어느 한 곳만 지나면 정체가 풀린다. 유독 마지막 차선만 정체된다. 초행길이라 자칫 마지막 차선을 따라가게 되면 그 정체의 끝자락에서 맥이 풀린다. 그곳엔 복권 판매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복권 판매점에서 복권을 구매하기 위한 차량이 늘어서고, 그 앞에선 주차요원 몇 분이 나와 차들을 안내한다. 복권 판매점 앞에는 ‘로또 1등 17번 당첨’이라고 크게 쓰여 있다. 그즈음 되면 나도 그 길을 따라 복권 판매점 주차장으로 들어가야만 할 것 같다. 남편을 태워서 돌아오는 길, 아까 마주한 복권 판매점을 바라본다. 이제 시간이 좀 늦어서인지 줄이 줄어든 듯하다.     


 올해 1월 1일은 금요일이었다. 서점에 가는 길 그 복권 판매점을 지나게 되었다.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마지막 차선은 피해서 운전한다. 역시나 복권을 사려는 차들의 행렬이 길었다. 서점에서 돌아오는 길, 눈길이 가는 그 복권 판매점을 보니 차량 행렬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마치 작년 봄 마스크 대란 때 약국 앞에 줄 서 있던 사람들처럼. 길게 늘어선 차량에서 사람들은 하나 둘 내려서 복권 판매점으로 걸어갔다. 차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그게 빠를 것이다. 모두 복권을 사려는 차량은 아니겠지만 마지막 차선에 길게 늘어선 차는 100m는 족히 되었다.   

  

 ‘복권에 1등 당첨되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가끔 받게 된다. 아니면 상상하게 된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복권 1등 당첨. 매주 1등을 꿈꾸며 복권을 구입하는 아빠께 신신당부했다. 만약 복권 1등에 당첨되면 동생에게 주라고. 그리고 동생은 그 복권 당첨금을 찾아서 되도록 분당 쪽에 돈에 맞는 아파트 한 채를 사라고.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사는 동생에게 난 그 돈 욕심내지 않고 다 몰아줄 테니 꼭 동생 명의로 집을 사도록 하라고. 내가 산 복권도 아니고 내가 당첨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 돈에 욕심내지 않겠다고 장담을 한다. 진짜 아빠가 복권에 당첨되면 그때도 내 마음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는 장담은 못하겠지만.     


 얼마 전 그 길을 지나며 남편과 나는 조금 다른 실없는 고민을 했다.     


 “자기는 만약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어? 저 복권 판매점 사장이 되는 것과 복권 1등에 당첨되는 것 중에서 말이야.”     


 복권 판매점의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1등 당첨이 17번이나 되었다는 로또 명당의 사장님이 된다는 건 어쩌면 내가 꿈꾸는 그 파이프라인의 모습이 아닐까? 저 복권 판매점의 수입이 얼마나 될까? 혹시 로또 1등 당첨금보다 더 많은 거 아니야? 그리고 사람이 많이 오면 1등 당첨 확률이 더 높아질 테고 그러면 사람들은 더 많이 오겠지? 그럼 계속 우리는 직원을 쓰고 가만히 앉아 평생 돈 벌 수 있는 거 아냐?      


 이미 우리 부부는 두 가지 선택지를 받아 든 것 마냥 들떠서 집에 오는 길까지 신나서 떠들어댔다. 이렇게 마음이 맞는 때도 드물다. 이 행복한 고민은 일주일간 고단했던 우리 부부의 마음을 둥둥 뜨게 만들었다.        


  


 

 올 초에 써놓은 글을 올리며 지난주 금요일 어김없이 남편 마중을 위해 기차역에 픽업을 다녀오던 일이 떠올랐다. 바삐 기차역으로 가던 길에는 보지 못했던 그 복권 판매점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하고는 나는 소리를 꽥 질렀다.


"와~~, 오빠 봐봐 저기 1등 21명이래. 대박이다."


 우리가 운영하는 복권 판매점이라는 상상을 했어서인지, 연 초 17명에서 21명으로 4명이나 더 1등을 배출한 가게라니. 괜히 마음이 흐뭇했다. 그렇게 4명의 사람에게 행운을 선사한 그 판매점 사장님도, 행운을 거머쥔 4명의 사람도, 그리고 그 행운을 생각하며 오늘도 복권을 구입하는 우리 아빠와 같은 분들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돈의 크기는 다르지만 1등을 기다리며 꿈꿀 때만큼은 모두 똑같은 행복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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