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에는 흰쌀밥이죠

by 권성선

2017년 7월 4일.

여름빛이 길게 늘어지던 저녁,

학원을 마친 막내와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었다.


“아가야, 오늘 저녁은 뭐 먹고 싶어? 불고기?”

“아니요~ 미역국이요.”

“반찬은?”

“김치요~”


그날 따라 입맛이 단출해서 귀엽다고 웃었더니,

막내가 마침표처럼 덧붙였다.


“검은밥 말고 흰밥이요. 미역국엔 흰쌀밥이죠~^^”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늘 건강하라고 흑미를 섞어 짓던 잡곡밥.

하지만 아이에겐 미역국과 어울리는 밥은

오직 하얀 쌀밥뿐이었던 거다.

작고 분명한 그 기준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미역국에 흰밥을 곁들일 줄 아는 감각이라니,

고집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취향이었다.


그로부터 어느새 8년.

그 아이는 이제 미역국 대신 마라탕을 즐기고,

엄마 손을 잡기보다는 휴대폰을 쥐고 다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여름 저녁의 걸음과 그날의 흰쌀밥을 기억한다.


사랑은 늘 그렇게 온다.

대단한 선물도, 감동적인 고백도 없이.

그저 함께 걷던 길 위에서,

“미역국엔 흰밥이죠” 하는 작고 평범한 말 한마디처럼,

따뜻한 국물 같은 온기로 조용히 스며든다.


내일 아침에는 흰쌀밥에 미역국을 지어야겠다.

그 작은 손이 건네던 말투를 다시 조용히 떠올리며.


미역국 먹던 애가… 마라탕 먹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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