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지덕지 묻은 상처에 마음이 간다

by 권성선

이상하게도 나는 주인공보다 곁에 선 이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
빛나는 서사의 주인공이 아니라, 늘 상처에 젖어 사는 사람들.
<나의 아저씨>의 겸덕, <폭군의 셰프>의 공길이, <미스터 션샤인>의 구동매.
그들은 늘 뒤로 밀려났지만 오히려 그 그늘 속에서 더 빛났다.

겸덕은 사랑을 품고도 절을 택했다.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사랑을 안고도 그 길을 버릴 만큼 세상에 지쳐 있었던 것이다.
사람 대신 부처를 택한 그의 뒷모습은 체념이 아니라 결연함이었다.

공길이는 누이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살아왔다.
누이를 잃은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위해 숨 쉬지 않았다.
칼날은 그에게 생존의 도구가 아니라 복수의 증표였다.
복수만이 그를 붙들고 있었고, 그 불안한 의지가 그를 버티게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치열한 복수의 끝에서 우리는 ‘순정’이라는 이름을 보았다.
무너져도 지키려 했던 단 하나의 마음.

구동매는 태생부터 버려진 자였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
일본인의 손에 살았지만 그 어디에도 집을 짓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를 배신자라 불렀고, 그는 그 말이 틀리지 않음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는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칼끝으로도 꺾이지 않는 사랑이 있었기에, 끝내 그는 사람으로 남았다.

나는 안다.
내 마음이 주인공이 아닌 이들에게 더 오래 머무는 이유를.
그들은 주연처럼 빛나지 못해도 우리의 현실을 닮았기 때문이다.
상처투성이로도 버티는 얼굴,
쓰러져도 끝내 다시 서는 마음,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겸덕, 공길이, 구동매.
그들의 이야기가 나를 오래 붙든다.
왜냐하면 나 역시 덕지덕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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