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의 작은 나에게 시리즈] 엄마를 미워했던 날

by 권성선


ㄲ엄마를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느 날 문득 나는 엄마가 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자상한 아빠와 현명한 엄마 아래서 자랐다.
외할아버지는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던 분이었고,
외할머니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하게 삶을 이끌던 분이었다.
엄마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다.
무엇을 하든 지지해 주고, 밤늦게까지 자신을 기다려주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컸다.
나는 그 사실이 부러웠다.
그리고 어떤 날엔 그게 억울했다.
왜 엄마는 그렇게 자라 놓고 나에게는 그런 걸 건네주지 못했을까.
왜 나는 엄마의 상처를 대신 감당하며 자라야 했을까.
엄마가 받은 사랑을 나는 단 한 조각도 누리지 못한 채 자라면서
나는 엄마의 슬픔을 이해해야 했고, 엄마의 눈치를 먼저 살펴야 했다.
그날, 나는 주방에 앉아 아이의 밥을 먹이고 있었다.
TV에서는 어느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었고,
화면 속 한 여자가 자신의 엄마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고 있었다.
그 여자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엄마는 다 받았잖아. 왜 나는 그걸 못 받았는데…"
그 말은 내 안에만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오히려 내 마음이 낯설었다.
엄마는 나를 향해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걸 알아채기 전에 먼저 상처 입은 아이였다.
나는 엄마가 받은 사랑보다 엄마가 감당해야 했던 상처를 더 많이 물려받았다. 그래서 그날 나는 엄마를 미워했다.
처음으로, 진심으로.
하지만 미워한 만큼 엄마를 사랑하고 싶었다는 걸 그날 밤 베개를 적시며 깨달았다.
어쩌면 사랑은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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