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의 작은 나에게 시리즈] 아이를 처음 안던 날

by 권성선


“나는 폭력 없는 탄생을 준비했고, 그 아이는 고요하게 나를 찾아왔다.”

새벽이었다. 방 안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었고, 창밖은 숨죽인 듯 고요했다. 양수가 터진 건 그 시간이었다. 놀라움보다 먼저 밀려온 것은 이제 곧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었다. 잠에서 깨어 남편을 흔들었고, 그는 단숨에 깨어났다. 평소 읽었던 책에서처럼 우리는 출산을 ‘통과의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출산이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환영의 시간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임신 내내 많은 책을 읽었다. 아기를 낳는다는 것, 세상에 한 사람을 맞이한다는 것.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남았던 문장 하나.
“산모를 환자가 아닌 온전한 사람으로 대하는 출산.”

그 믿음을 따라 우리는 병원이 아닌 조산원을 선택했다. 산부인과의 차가운 불빛 아래 철제 침대에 무방비하게 눕는 대신 나는 고요하고 조도 낮은 방 안에서 스스로 아이를 맞이하고 싶었다.

조산원에 도착하자 방 안에는 부드러운 조명이 켜져 있었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침대 옆엔 통증을 완화시키는 짐볼이 놓여 있었고, 천천히 호흡할 수 있도록 공간이 여유롭게 구성돼 있었다. 남편은 내 옆에 붙어 앉아 내 허리를 문질러 주었다. 나는 그의 손길이 무언가를 붙잡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도 나처럼, 두려움과 설렘의 경계에 서 있었을 것이다.

“하나, 둘… 셋.”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나는 진통의 파도 위에 몸을 맡겼다. 처음엔 고요했고, 다음은 잊을 수 없을 만큼 명확했다. 통증은 나를 부수지 않았다. 오히려 몸 안 어딘가에 있던 문이 열리는 듯했다. 한 생명이, 천천히, 아주 고요하게 나에게로 다가왔다.

아이는 내 품에 조심스럽게 안겼다. 젖은 체온, 따뜻한 울음.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 순간, 울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울 이유가 없었다. 모든 것이 너무 조용했고, 너무 완전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아이를 처음 안던 그 순간을 ‘기억’이 아니라 ‘감각’으로 기억한다. 부드러운 살결, 울음보다 가벼운 숨결. 그 안에서 나는 ‘엄마’라는 이름보다 먼저 한 사람을 환영하는 마음을 배웠다.

하지만 그날, 그 감각보다 먼저 다가온 건 감정이었다.
나는 아이를 안으며 속으로 말했다.
“이렇게 예쁜 아이를 두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지.”

그 말은 의식적으로 꺼낸 문장이 아니었다. 오래 눌러온 상처가 그 순간 새어 나온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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