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당일, 나는 너무 행복해서 오히려 긴장했고, 그 긴장 때문에 더 떨렸다. 정말 그랬다. 이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서 자꾸만 눈물이 차올랐다.
그런데 신부 입장을 앞두고,
사회자가 신부 입장을 알렸다. 막 걸음을 떼려던 순간 마음이 멈췄다. 가슴 어딘가에서 둔탁한 파동이 일었고, 숨이 가늘게 끊겼다.
"신부 아버지와 함께 신부 입장하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버지'라는 단어. 그 짧은 말이 내 안의 오래된 기억들을 하나하나 건드렸다. 닿지 않았던 시간들이 미처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물처럼 가슴 안에서 번져갔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새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입장했다. 그의 팔은 굳어 있었고, 내 걸음도 흔들렸다. 서로를 향해 평생 몇 번 마주 선 적 없는 거리. 그 거리를 팔짱 하나로 채운 채 걸어 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우리 둘 다, 너무도 어색했다.
가장 축복받아야 할 순간에 어딘가 비어 있는 감정이 바닥처럼 느껴졌다. 나는 신부였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구의 딸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청첩장도 그랬다. 엄마 쪽에는 조 씨로, 시댁 쪽에는 권 씨로. 두 번을 찍었고, 두 번을 돌렸다. 엄마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 조용히 말했다.
“괜히 복잡하게 하지 말자.”
그 말이 더 아팠다. 나는 누구였을까. 이름은 성선이었지만, 성은 언제나 불분명했고, 어느 집의 딸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신부 대기실에서 화장을 고치며 거울을 봤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내 눈동자는 어딘가 흔들리고 있었다. 입장 전, 신랑의 얼굴이 문 너머로 살짝 보였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지금 혼자 걸어가고 있다는 걸. 새아버지의 팔이 내 팔에 닿아 있었지만 나는 그 팔에 기대지 않았다. 팔짱을 꼈지만 마음은 여전히 혼자였다.
그렇게 나는 걸었다. 하객들의 시선, 음악, 촬영 플래시 속에서 나는 누구의 딸도 아닌 얼굴로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 길의 끝에서 신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웃었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누구의 팔에도 온전히 기댄 적 없는 내가 이제는 함께 걸을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
결혼은 축복이었지만 그 입장길은 여전히 내게 ‘혼자의 시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마음으로 혼자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