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는 아홉 살 차이였다. 내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우리는 만났다. 그는 이미 사회생활을 오래 경험한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 나이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조용했고, 다정했고, 무엇보다 삶에 대한 성실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신실했다.
그를 처음 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늘빛 셔츠를 입고 대전역 플랫폼을 빠져나오며 수줍게 웃던 모습. 그 순간 나는 설레었다. 우리는 그렇게 대전과 안양을 오가며 긴 여행 같은 연애를 이어갔다.
나는 마음속으로 ‘공부를 다 마치고, 돈을 조금이라도 모은 뒤에 결혼하자’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앞서 있던 감정이 있었다.
나는 지쳐 있었다.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이 싫었고, 어느 겨울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혼자 살아내는 것에 조금은 지쳤다.’
그즈음, 시아버님이 병환으로 투병 중이셨다. 병원과 집을 오가는 일정한 리듬 속에서 남편은 조용히, 그러나 따뜻하게 안양과 대전을 오가며 내 곁을 지켰다.
“우리, 결혼할까요?”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당황스러움보다 이상하게도 안도감을 먼저 느꼈다. 그 한마디가 나를 한 계절 안쪽으로 데려다 놓은 것 같았다.
그해 겨울, 나는 처음으로 그의 가족에게 초대받았다. 식탁에는 정성껏 구운 칠면조와 따뜻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고, 조용한 거실에는 이미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사람들만의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식탁에 앉아 있자니, 어딘가 덧붙여진 존재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들은 나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맞아주었다. 시어머님과 시아버님의 조용한 환대 속에서 나는 이미 그 집의 가족 같았다.
그 순간, 내가 오래도록 갈망해 온 ‘함께’라는 단어가 손끝에 닿을 듯 느껴졌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이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