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우의 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난 종점이란 말이 좋아요.
몇 년 전에 버스 종점 동네에서 산 적도 있었는데, 누가 물어보면 ‘157번 종점에 살아요’라고 했죠.
막차 버스에서 졸아도 안심이 되고, 정류장 놓칠 걱정 없이 무사히 집에 갈 수 있는 느낌. 그냥 마음이 편했어요.”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쪽이 잔잔하게 기울어진다.
종점이라니, 그 끝의 자리에서 왜 마음이 편할까.
아마도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말이 ‘이제 그만 쉬어도 된다’는 말과 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늘 어디까지 가야 하나를 묻는다.
끝없이 달리고, 더 멀리 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하지만 가끔은 ‘이쯤에서 멈춰도 괜찮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정류장마다 내려 확인하지 않아도, 결국 내릴 곳은 정해져 있으니까.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내 삶의 ‘종점’을 떠올린다.
바쁘게 달리던 시절, 지쳐버린 날들, 그리고 잠시 멈춰 앉아 숨을 고르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내 마음의 종점이었다.
거기서 나는 다시 출발할 힘을 얻었다.
‘종점’은 어쩌면 끝이 아니라 마음이 쉬어가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 나는 내 안의 종점을 향해 조용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