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그녀는 가을이면 어김없이 등이 시렸다고 했다.
햇살이 비쳐도 마음은 늘 그늘에 있었고,
바람이 불면 오래된 기억들이 뒤섞여 몸을 떨게 했다.
그녀에게 나쁜 일은 언제나 여름에 찾아왔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냈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등을 돌림당했으며, 오랜 시간 쌓아온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계절이 바뀌면,
가을은 늘 그 잔해를 끌고 와 그녀의 마음 한가운데 놓고 갔다.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크게 들리던 날들이 있었다.
그 소리마다 하나의 이별이 덧붙었고,
황금빛 들판조차 쓸쓸하게 보였다.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 계절에
그녀는 오히려 더 깊은 외로움 속으로 내려갔다.
가을의 고요는 언제나 그녀를 더 침묵하게 만들었다.
밤이 되면 우울이 찾아왔다.
창밖의 바람소리가 마음을 무너뜨리고 떠나버린 시간들을 불러왔다.
잠들지 못한 새벽, 그녀는 이불 속에서 차가운 공기와 오래된 슬픔을 함께 견뎠다.
그녀에게 가을은 끝이자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계절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가끔 느리게 조용히 변한다.
어느 날부터 그녀의 가을은 조금 덜 아팠다.
바람이 불어도 그 안에서 냉기 대신 온기가 느껴졌고,
낙엽이 떨어져도 더 이상 마음이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의 곁에는 그 모든 계절을 함께 걸어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손이 그녀의 등을 덮었고,
그 온기가 오랜 시간 얼어 있던 마음을 녹였다.
이제 그녀는 가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녀의 가을은 더 이상 상실의 계절이 아니다.
그 안에는 회복이 있고, 따뜻한 하루가 있다.
가끔 그녀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맑은 공기 속에서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고,
그 모든 아픔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시간이었다는 걸 안다.
이제 그녀의 가을은 다시 살아가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