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으로 며칠을 골골거리던 막내가 삼겹살을 먹고 싶어했다.
그렇게 둘만의 삼겹살 데이트가 시작됐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 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는 아이가 야무지게 고기를 굽는다.
막내는 익은 고기를 내가 늘 먹기 좋게 잘라준 것 처럼 삼겹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고열에 끙끙 앓던 어린 시절,
밤새 등을 쓸어주던 날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작은 몸이
어느새 내 앞에서 집게를 들고 웃고 있었다.
그런데 불판 위의 고기만큼 뜨거운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왔다.
“예원아, 엄마 몇 달 전에 간병인 보험 들었어.”
“왜?”
“엄마 아파도 너희는 직장 다닐 거고,
아빠는 병원비 벌어야 하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당연히 간호해야지.”
“직장 다녀야지. 월차내고 휴가내고 할 거야?”
“당연하지, 엄마 아픈데 그게 문제야?”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식당의 소음이 멀어지고
아이의 눈빛만 또렷하게 남았다.
상황이 닥치면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아이의 말을 믿었다.
그럴 아이니까.
말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아이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겨울 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아이를 키운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긴 시간의 보상이
이런 말 한마디로 돌아오는구나 싶었다.
“엄마, 당연히 내가 해야지.”
그 말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