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힐을 꺼내 신었다.
발끝이 낯설게 조였지만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래, 나 아직 괜찮아.’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렌즈도 껴봤다.
멀리 있는 풍경은 또렷하게 보였지만
정작 손 안의 휴대폰은 흐릿했다.
멀리는 보이는데 가까운 건 잘 안 보였다.
참 묘한 일이다.
안경을 쓰면 머리가 아파서
안경도 잘 쓰지 않고 다닌다.
렌즈를 끼면 세상은 선명하지만
그 안에 있는 나는 조금 불편해진다.
발도, 눈도, 머리도 마음대로 안 따라주는 날이 있다.
그럴 땐 괜히 서글프다.
걷는 일, 보는 일, 사는 일.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하나씩 불편해지는 게 이렇게 슬픈 일인지 몰랐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렌즈를 뺐다.
시야는 다시 흐릿해졌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편안했다.
오늘의 특별함은 예쁘게 꾸민 내가 아니라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나에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