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무게를 이해하는 일

by 권성선

몇 년 동안 진짜 친한 몇몇 지인들 외에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친한 이들이라 해도 몇 달에 한 번 얼굴을 볼까 말까였으니, 자발적 은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퇴사를 하고 시간이 조금 생기자, 사람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보다는 ‘내 삶을 돌보는 일’이 더 절실했다.
내 안을 정리하고, 내 일상을 다시 세우는 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작정하고 만나기도 하고,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다.
그 만남들 속에는 반가움과 낯섦이 함께 있었다.

몇 년 만에 마주한 얼굴들엔 세월의 흔적이,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 무게는 말보다 표정에, 표정보다 눈빛에 더 짙게 묻어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울컥 올라왔다.
‘모두가 이렇게 버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조금 더 성숙했다면
그리고 그들도 조금 더 성숙했다면
우리는 불통하지 않고 소통할 수 있었을 거라고.
그랬다면 단절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로 남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이제는 안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일은 서로의 삶의 무게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앞으로 어떤 모임에 속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안에서는 소통이 흐르도록 애쓸 것이다.
말이 닿지 않아 멀어지는 대신
서로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싶다.

그게 어쩌면
오랜 시간 혼자 머물던 내가 다시 세상 속으로 나오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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