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공존하고, 인생은 순환한다

by 권성선

며칠 전, 거리를 걷다 문득 이상한 장면을 보았다.
어떤 사람은 반팔을 입었고, 어떤 사람은 코트를, 또 어떤 이는 두꺼운 패딩을 걸치고 있었다.
길가의 나무들도 제각각이었다.
어떤 나무는 아직 푸르고, 어떤 나무는 노랗게 물들었으며, 또 어떤 나무는 이미 잎을 다 떨궈버린 채 겨울을 맞고 있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계절은 공존한다.’

봄이 가야 여름이 오는 것도, 여름이 지나야 가을이 오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계절은 서로를 품고, 겹치며,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인생도 그렇다는 것을.

겨울이 깊어질수록 봄의 씨앗은 더 단단해진다.
눈보라 속에서도 나무는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얼어붙은 땅 아래에서는 새순이 조용히 숨을 고른다.
그래서 계절은 단절이 아니라 공존이다.
눈 속에 봄이 있고, 더위 속에 가을의 그림자가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계절이 전부가 아니다.

인생도 그렇다.
희노애락은 번갈아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살아간다.
기쁨의 끝에 슬픔이 있고, 슬픔의 밑바닥엔 희망이 깃든다.
행복은 잠깐의 선물처럼 스쳐가지만 그 여운이 다음 슬픔을 견디게 한다.
마치 사계절이 동시에 존재하듯 인생의 감정도 겹겹이 포개져 있다.

그래서 좌절하고 절망할 이유는 없다.
지금의 겨울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얼어붙은 시간 속에도 봄은 자라고 있다.
우리 안의 생명력은 그렇게 순환한다.
울음 끝에 웃음이 있고, 상실의 자리에 새로운 시작이 찾아온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완벽히 나은 날도 완전히 망가진 날도 없다.
그저 계절처럼 변화하고, 감정처럼 흘러간다.
오늘 내가 견디는 이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용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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