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묻혀 사는 요즘

by 권성선

요즘 나는 하루 종일 음악에 잠겨 산다.

장르를 넘나들고, 주제를 바꿔가며, 악기마다 마음의 결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어떤 날은 섬세한 첼로가 내 마음의 바닥을 쓸고,

어떤 날은 플루트의 맑은 숨이 창문 사이로 스며드는 빛처럼 느껴진다.

가사를 품을 악기를 찾다 보면

마치 그 악기들이 내 마음의 모양을 대신 말해주는 것만 같다.

곡을 하나 만들기 위해 나는 많은 악기에 손을 댄다.

섹소폰의 깊은 숨, 첼로의 낮은 떨림, 바이올린의 가늘게 찢어지는 울음,

기타의 온기, 피아노의 단정한 발걸음,

플루트의 맑음과 하모니카의 쓸쓸함,

그리고 조용히 바닥을 쓸어내리는 드럼 브러시의 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를 겹겹이 쌓아 올리다 보면

나는 어느새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멜로디가 되어 있다.

카페에서 작업하다가

문득 멜로디 하나가 가슴에 닿으면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흐른다.

이어폰을 꽂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데

눈물이 흐를 때 민망함이란....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눈물이 부끄럽지는 않다.

오히려 ‘내가 살아 있다’는 실감 같은 것

음악은 사람이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위로 중 하나다.

위로하려고 만든 곡을 들으며 먼저 내가 위로받는다.

내가 만든 음 하나, 가사 한 줄이

오늘 버티고 싶은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곡을 만들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묶여 있던 말들, 말 못 한 감정들,

외면했던 기억들이 조용히 풀린다.

멜로디가 내 마음을 먼저 발견해주고

그 다음에야 내가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그랬다.


“김필의 〈청춘〉 같은 곡은 못 들어. 들으면 울 것 같아서.”


아마 나처럼 음악이 마음 깊은 곳의 문을 너무 쉽게 열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종종 그렇다.

다른 사람의 노래 한 곡에도 내가 만든 곡 한 줄에도

예상치 못한 눈물이 쏟아진다.

어쩌면 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고,

그 위로가 흘러넘쳐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의 가장 조용한 곳을 건드리는 음 하나를 찾기 위해

멜로디 속에 앉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음악에 묻혀 사는 요즘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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