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늘 형통할 수만은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게 풀릴 것만 같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른이 되어 살아보니 삶은 날씨처럼 예고 없이 바뀌고,
우리 힘으로는 조절할 수 없는 순간들이 더 많았다.
날마다의 일기가 맑지만은 않듯 우리의 마음도 그렇다.
비 오는 날, 맑은 날, 잿빛 구름이 잔뜩 내려앉은 날처럼
삶도 저마다의 색과 무게로 찾아온다.
비 오는 날엔 우산을 쓰고
햇빛 뜨거운 날엔 그늘을 찾아 피하듯
삶도 그렇게 대응해가며 살아가야 한다.
나에게 닥친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날씨에게 화를 내지 않듯
삶의 흐름에도 억지로 맞서지 않는 법을 서서히 배워가고 있다.
어떤 날은 눈뜨자마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가랑비가 내린다.
별일 없이 피곤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금방 젖어버린다.
그럴 땐 굳이 맑아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 하고 빗속을 걸을 준비만 해주면 된다.
또 어떤 날은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환하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햇빛 하나에도 살아 있는 느낌을 받아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이제는 안다.
우리는 날씨를 선택할 수 없지만
그 날씨를 어떻게 건널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삶이 흐리면 마음을 더 단단히 여미고,
삶이 맑으면 그 빛을 오래 기억하려 애쓰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삶의 변덕 앞에서 내가 조금 무너질 때도 있고
조금 더 단단해질 때도 있지만
결국은 모든 날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비도, 햇빛도, 먹구름도 내 삶의 일부였음을
조용히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한다.
“맑은 날만 바라지 말자.
흐린 날도 필요하고, 비 오는 날도 의미가 있다.”
삶은 날씨처럼 변하지만
우리는 그 변화 속에서도 계속 걸어가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