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인 찬스로 모노뮤지컬 〈비하인드문〉을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남자’라는 타이틀의 이야기.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어 적지 않으려 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혼자였다.
90분 동안, 단 한 순간도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고 대사하고, 노래하고, 숨을 고르며 혼자서 무대를 채웠다.
관객석에 앉아 있는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간 자체를 보고 있었다.
혼자서 90분을 버틴다는 것. 아니, 버틴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혼자서 90분을 만들어 낸다는 것.
무대 위에는 그 사람 하나뿐인데 공간은 비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꽉 차 있었다.
그가 쌓아온 시간과 연습과 실패와 아마도 수없이 반복했을 동선과 호흡들이 보이지 않는 층층의 무게로 무대를 채우고 있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 뒤에는 ‘얼마나 했을까’라는 질문이 따라붙었다.
90분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90분을 연습했을까.
혼자 연습실에 남아 대사를 중얼거리다 멈추고,
노래를 하다 숨이 막혀 다시 시작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수없이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섰을까.
관객은 박수로 끝내지만 무대는 그렇게 완성되지 않는다.
무대는 보이지 않는 시간 위에 세워진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며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감동이라기보다는 묵직한 존경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혼자서 무대를 채운다는 건 혼자서 자기 자신을 믿는 시간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늘 나는 한 편의 공연을 본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기 몫의 시간을 어떻게 견뎌왔는지를 보았다.
그래서 이 공연은 고독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고독을 지나온 사람에 대한 이야기처럼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