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저녁을 베이글로 간단히 때울까 싶어 사이렌 오더를 해두고, 1층으로 픽업하러 내려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카페 앞에 소방차가 여러 대 서 있는 게 보였다.
한두 대가 아니었다. 다섯 대는 훌쩍 넘어 보였다.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무슨 일이지, 왜 이렇게 많은 소방차가?
놀란 마음에 2층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도로 양쪽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고, 소방관과 경찰관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멀찍이 서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매장 직원이 창밖으로 사진을 찍고 있길래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옆 건물에서 불이 났다고 했다.
불이 났었다니.
소방차가 저렇게 몰려올 정도면 분명 위급한 상황이었을 텐데,
바로 옆 건물에 있던 나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베이글을 고르고,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누리고 있던 이 ‘안전’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누군가는 그 순간에도 불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사람들을 통제하며 혹시 모를 위험을 막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 현장을 지켜보며 다음 사고를 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 일도 겪지 않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애쓴 사람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하루는 대부분 이렇게 조용히 지켜진다.
사고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고를 막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 내가 무사히 먹는 이 베이글 한 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 평범한 저녁, 별일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안녕은 누군가의 묵묵한 자리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오늘은 조금 또렷하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의 저녁은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고마움을 마음에 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