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조율

by 권성선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었다. 교향곡은 모차르트 40번을, 협주곡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아꼈다. 피아노곡으로는 쇼팽의 야상곡 20번을 즐겨 찾았고, 비 오는 날에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마음이 유난히 허해지는 날에는 'G선상의 아리아','쇼스타비치 왈츠'를 틀어두곤 했다. 우나가 부른 '솔베이지의 노래'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지친 마음을 가만히 안아주는 곡이었다.
​클래식을 오래 곁에 두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음악의 묘미는 곡 자체보다 '누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같은 악보, 같은 음표임에도 지휘자와 연주자에 따라 음악의 표정은 전혀 달라진다. 어떤 연주는 숨을 쉬듯 자연스럽고, 어떤 연주는 지나치게 정확해서 오히려 마음에서 겉돌기도 한다. 감정을 듬뿍 싣는 연주자가 있는가 하면, 기계처럼 흠잡을 데 없지만 차가운 연주자도 있다.
​정확한데 금세 잊히는 곡이 있고, 조금 흔들려도 유독 깊이 남는 연주가 있다. 그 차이를 말로 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듣는 순간 직감하게 된다. '아, 이건 사람의 마음이 담긴 음악이구나' 하고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나누는 말도 이와 닮았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어떤 목소리로 건네느냐에 따라 의미는 전혀 다르게 전달된다. 말의 내용보다 그 사람의 인격과 말투, 표정과 호흡이 상대에게 먼저 도착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위로가 공허하게 들릴 때가 있는 반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평생의 힘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저마다의 악기를 들고 하루라는 시간을 연주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말이라는 음표로, 표정이라는 리듬으로, 그리고 삶이라는 호흡으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을 고르기에 앞서, 내 마음의 결부터 차분히 조율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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