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마음이 머문 당신께, 살며시 말을 건넵니다.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우리 모두 마음 한켠이 조용히 주저앉는 순간들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잘 버텨낸 하루의 끝, 아무도 모르게 마음이 살짝 내려앉는 밤도 찾아오고요.
누군가는 그런 걸 연약함이라 부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각자의 하루를 어떻게든 건너가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니까요.
이 글은 괜찮지 않은 당신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살며시 다가가고 싶어 쓰기 시작했어요.
마음이 약해질 때도, 주저앉을 때도 삶은 여전히 이어지니까요.
그 안에서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차갑게 숨 쉴 수 있도록, 여기에 저의 작은 문장들을 한 줄씩 놓아둡니다.
혹시 이 글을 펼쳐 읽고 있는 당신이 있다면, 부디 잊지 말아 주세요.
이 순간, 당신 곁에 저의 마음도 조용히 머물고 있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였다. 평소처럼 재택근무를 하고, 평소처럼 집안일을 조금 하고, 평소처럼 늦은 밤을 맞았다. 그런데 밤이 되자,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문득 책상에 앉아 있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침부터 밤까지 같은 공간, 같은 자리, 같은 내 모습.
눈을 들면 싱크대 안 설거지통에 그대로 남은 식기들, 건조기에서 꺼내놓은 빨래더미, 아이가 허물처럼 벗어놓고 간 옷가지들.
정수기가 있음에도 끓인 물이 없다고 투정 부리던 아이들 목소리.
내가 손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집은 늘 나를 품어주는 안전한 곳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이곳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일터와 쉼터가 뒤섞여, 어디까지가 쉬는 시간이고 어디까지가 일인지 모호한 공간.
그 안에서 나는 종일 경계를 오갔다.
일을 하다 창밖을 보며 멍을 때리면, 순간 감정이 튀어나온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흘러가는 하루들, 괜찮은 걸까.
마음 한편이 괜히 헛헛하다.
그래도 다시 컴퓨터 앞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한다.
마음이 무너지는 건 거창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평범한 순간에 조용히 찾아온다.
몸은 익숙한 일과를 따르는데, 마음은 어느새 멀리 떠나버린다.
나는 해야 할 일들과 작은 요청들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손을 뻗지 못한 채, 그저 앉아 있다.
그러다, 눈물이 흐른다.
울음이 터진 것도 아니고, 큰 감정이 올라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문득, 이유 없이.
내일은 다시 살아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밤은 잠시 이 눈물을 껴안는다.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보낸 시간들, 그 안의 감정들까지도 결국 내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인다.
작은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를 이어가며 오늘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