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by 권성선

프롤로그

이 글에 마음이 머문 당신께, 살며시 말을 건넵니다.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우리 모두 마음 한켠이 조용히 주저앉는 순간들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잘 버텨낸 하루의 끝, 아무도 모르게 마음이 살짝 내려앉는 밤도 찾아오고요.
누군가는 그런 걸 연약함이라 부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각자의 하루를 어떻게든 건너가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니까요.

이 글은 괜찮지 않은 당신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살며시 다가가고 싶어 쓰기 시작했어요.
마음이 약해질 때도, 주저앉을 때도 삶은 여전히 이어지니까요.
그 안에서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차갑게 숨 쉴 수 있도록, 여기에 저의 작은 문장들을 한 줄씩 놓아둡니다.

혹시 이 글을 펼쳐 읽고 있는 당신이 있다면, 부디 잊지 말아 주세요.
이 순간, 당신 곁에 저의 마음도 조용히 머물고 있답니다.



1화. 그날,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였다. 평소처럼 재택근무를 하고, 평소처럼 집안일을 조금 하고, 평소처럼 늦은 밤을 맞았다. 그런데 밤이 되자,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문득 책상에 앉아 있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침부터 밤까지 같은 공간, 같은 자리, 같은 내 모습.
눈을 들면 싱크대 안 설거지통에 그대로 남은 식기들, 건조기에서 꺼내놓은 빨래더미, 아이가 허물처럼 벗어놓고 간 옷가지들.
정수기가 있음에도 끓인 물이 없다고 투정 부리던 아이들 목소리.
내가 손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집은 늘 나를 품어주는 안전한 곳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이곳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일터와 쉼터가 뒤섞여, 어디까지가 쉬는 시간이고 어디까지가 일인지 모호한 공간.

그 안에서 나는 종일 경계를 오갔다.
일을 하다 창밖을 보며 멍을 때리면, 순간 감정이 튀어나온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흘러가는 하루들, 괜찮은 걸까.

마음 한편이 괜히 헛헛하다.

그래도 다시 컴퓨터 앞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한다.

마음이 무너지는 건 거창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평범한 순간에 조용히 찾아온다.
몸은 익숙한 일과를 따르는데, 마음은 어느새 멀리 떠나버린다.
나는 해야 할 일들과 작은 요청들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손을 뻗지 못한 채, 그저 앉아 있다.

그러다, 눈물이 흐른다.
울음이 터진 것도 아니고, 큰 감정이 올라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문득, 이유 없이.
내일은 다시 살아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밤은 잠시 이 눈물을 껴안는다.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보낸 시간들, 그 안의 감정들까지도 결국 내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인다.

작은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를 이어가며 오늘을 지나고 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