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강아지를 바라보며, 문득 마음이 느려졌다

by 권성선

연두는 2013년생이다. 겨울이는 연두가 낳은 아들, 2016년생이다.

둘은 모자(母子) 관계고, 우리 집에서 10년 넘는 시간을 함께 살고 있다.

이제는 둘 다 ‘노견’이라 불릴 나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어느덧 환갑을 넘긴 셈.
그 말이 무색하지 않게, 요즘 연두와 겨울이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예전엔 문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나 뛰쳐나오던 애들이
이젠 방문이 벌컥 열려도 그 자리에 누운 채 고개만 살짝 돌려본다.
밥도 전에 비해 느릿느릿 씹고, 산책은 조금만 해도 발바닥을 들고 앉아 쉬려고 한다.
털은 푸석해졌고, 장도 자주 탈이 나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괜히 마음이 조용히 쪼그라든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나이 든다는 건 참 서러운 일이다.
말이 없는 그 아이들이 내게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안다.
예전처럼 힘껏 뛰지 못하고,
예전만큼 반기지도 못하고,
그저 가만히 내 곁에 앉아 있는 걸로
충분히 마음을 전하고 있다는 걸.

그래도 여전히 그 작은 눈빛 하나,
살짝 흔드는 꼬리 하나에
나는 마음을 붙잡는다.

느려진 걸음만큼,
우리는 하루하루를 더 천천히 함께 걸어간다.
앞으로의 시간이 길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나이든 연두와 겨울이를 보며,
문득 나도 마음을 천천히 눕혀본다.
조금은 푸석해진 오늘이지만,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하루니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