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그리운데, 감정은 덤덤해졌다

by 권성선

한때는 사람들과 참 많이 어울렸다.
모임을 만들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고,
번개를 치면 다들 기꺼이 나왔다.
어디든 내가 끼면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모임의 중심이 되는 법, 사람들을 편하게 하는 법.
나는 그런 걸 알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다.

그 시절의 나는 사람이 좋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사랑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에너지를 느꼈고,
내 말에 반응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필요한 존재로 여겨지는 일이 뿌듯했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역할이 있었고,
그 역할이 나를 살아 있게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대가가 있었다.
중심에 선다는 건,
누군가의 기대를 감당해야 하고,
누군가의 판단과 비교 속에 놓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말 한 마디가 오해로 번지던 순간들,
내가 하지 않은 일이 내 탓이 되던 장면들.
그런 기억들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이제 와서 말하자면,
그것이 상처가 되어 옆으로 물러나고 싶어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 나는 지금도 중심에 서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늘 사람들 속에서 살아왔고,
그 자리에 머무는 법도 안다.
다만,
그 중심에서 또다시 누군가의 시선에 흔들리고,
이유 없는 미움을 받으며 무너지는 일을
더는 감당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다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사람이 좋다.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있고, 그리운 얼굴이 있으며,
가끔은 누군가와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나누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택한다.

지금의 내 일상은 대부분 혼자 흐른다.
일하는 시간도, 쉬는 시간도,
남들과 시간의 리듬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들이 생겼고,
서운함보다는 덤덤함이 앞선다.

이제는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고,
억지로 맞추고 싶지도 않다.
사람이 그립지만, 사람들 속에 끼고 싶진 않다.

그저,

함께 있어도 조용할 수 있는 사람들,

아무 말 없이 있어도 편안한 사람들,
그들 사이에 잠시 앉아 있을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지금의 나에겐 충분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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