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아남는 법
신나게 달렸는데, 또 고장이다. 달리지 못했던 사정들을 보면 무릎이 안 좋았을 때, 종아리에 쥐가 지속적으로 몸에 달려 있을 때, 허리가 아팠을 때, 거기에 더해 몸무게에 대한 부담으로 나 자신이 도망갔을 때, 이를 때를 지나서 올해 다시 달리는 자리로 왔다.
이번에는 족저근막염이다. 어느 날인가 발 뒤꿈치로 바닥을 디딜 때, 조그마한 느낌이 왔다. 아픈 정도는 아닌데 평소의 발디딤과 미세하게 다른 것이었다. 먼저, 이때부터 뛰지 않았다. 발바닥을 손으로 이리저리 눌러보고 마사지해 보면서 오른쪽 발과 다르게 압통이 느껴졌다.
그날로 정형외과로 달려갔다. 백 정형외과 원장님은 저번 의료 봉사 때 같이 캄보디아에 갔었던 분이라 안면이 있다.
“이 나이에 다시 뛰었더니 이러네요. “
“아니, 슈퍼맨이야?”
상세하게 발바닥과 무릎까지 엑스레이로 찍어 결과를 알려주며 한마디 하신다.
발바닥에서 위로 복숭아 뼈 사이에 뼈가 이상 성장하는 화면을 보여주며 발바닥 질병이 의심된다고 하고, 무릎에도 슬개골과 대퇴골이 있는데, 슬개골 아래 뼈에도 이상성장이 보여, 무릎에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날 이후 달리지 않았다. 갑갑하다. 어떻게 다시 달리지? 유튜버에서 발바닥 마사지를 아침 일어나자마자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 그동안 이것저것 해 보았는데 별무신통이었다. 쉬어도 아픈 건 그대로이고, 사무실에서 집에서 발바닥 마사지 좋다고 계속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2주를 날린 것이다. 이제 매일 아침엔 먼저 발바닥 마사지를 한다. 첫 손길이 부담스럽긴 한데, 몇 번 하면 괜찮았다.
다시 2주가 지났다. 오늘은 발 마사지하고 발바닥을 디디니, 그전과 달랐다. 어, 괜찮은데! 살살 달려도 되지 않을까? 이럴 땐 또 용감하다. 이건 무모함을 포장한 거긴 한데, 어쨌든, 슬로조깅으로 평소 걷는 속도 정도로 뛰었다.
먼저, 새벽의 기운 속에 스트레칭하는 것도 기분이 좋고, 요 며칠 인후염으로 기침에 발열에 오한에 밤새 땀범벅이 되던 몸에서 오늘은 약처방으로 조금 나은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마치고 정리운동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가만 보면 많이 예민하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왜 그리 예민해?”
그런가? 내 몸이 전하는 이야기에 당연히 반응하는 것인데.. 그러고 보니 나는 맛에도 민감하다. 냄새나 공기의 탁도에도 민감하다. 내 몸의 근육이나 뼈의 느낌에도 민감하다.
배드민턴 운동을 오래 했는데, 같이 하던 많은 동료들이 부상을 입고 사라졌다. 내 나이대에 남아 있는 이가 별로 없다. 청년기에, 장년초입에 일취월장했던 그 친구들은 하나 둘이나 남았나.. 그들의 이야기에 답이 있었는데, 어떤 부상이 오면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그 부상을 몸에 지고 더욱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몸이 적응해서 나은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아! 나는 그렇게 못한다. 아픈데 뭘 더하란 말인가!
무쇠 인간들이 맞다. 무쇠들이라 세월 속에 부서져 버렸다. 풀잎 같은 인간은 바람이 불면 몸을 누이고 비가 오면 비에 절며 그러면서 지낸다.
오늘 달렸다고 내일도 다시 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오늘을 달렸다는 것에 나에게 칭찬 한 다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