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의 사랑 시 산책 5
[시] 고등어
민병식
장독대 위에 새 하얗게
사뿐 사뿐 춤사위 내려앉고
먼 산자락 너머
읍내 다녀오시는 아버지의
비틀거리는 걸음 뒤로
매달려 오던 고등어 한 손
눈 밭 뒹굴던 백구가 펄펄 날아
주인을 반기고
오늘 저녁 반찬은
지글지글
침이 꼴딱 넘어가는 고등어구이
쌔 빨간 숯불 위로
타닥탁
새하얀 밤을 유영하는 가멸찬 몸짓에
탄성을 지르던 밤
바다를 맛보았던 소년은
어느덧 중년이 되어
추억을 한 조각 때내어 씹어도
그날의 바다는 돌아오지 않고
세월의 건너 편 어디 쯤 살고 있는지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
대롱대롱 아버지의 고등어 한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