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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02. 2023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

장은진 작가의 ‘외진 곳’

장은진 작가의 ‘외진 곳’,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

민병식


장은진(1976 ~  )소설가, 본명은 김은진이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굴 속의 두 여자’가,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키친 실험실’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장편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등이 있고 2009년 제14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2019년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그녀의소설집 ‘당신의 외진 곳’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다단계 사기를 당한 자매가 네모 집이라고 불리는 ‘ㅁ’자 형태의 집으로 이사를 온다. 중앙에 마당이 있고 9개의 방이 띠를 두르듯 위치한다. 주인공 자매가 살게 된 9번방은 모서리에 해당하는 끝 방이다. 이러한 공간은 이곳에 사는 사람 들이 세상의 중심으로부터 밀려나온 것을 상징한다. 이들은 화장실과 세탁을 공동으로 이용해야해서 다른 방의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이 네모집은 공동화장실, 샤워실, 중앙마당, 코인세탁기, 공용 부엌 등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은 서로간의 밀접한 관계는 없으며 단절된 관계가 주를 이룬다. 왜냐하면 모두가 사정이 있는 불우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고 또 언제 이사를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직접적인 소통이 오고 갔던 사람은 3번 방 여자다. 그녀에게 화장지를 빌려주고 그녀는 자신의 자전거를 이용하라하고 그녀에게 집착하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피신까지 시켜줄 정도로 친해지지만 결국 3번방 여자가 말도 없이 전 남자친구를 피해 이사를 가버림으로 또 다시 관계는 단절된다.


5번 방 남자와도 소통이 오간다. 코인 세탁기 앞에서 마주치면서 5번 방 남자와 안면을 튼 후 며칠이 지나 눈이 오던 밤,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던 주인공을 본 남자가 방에 들어가 장갑을 끼고 나와 같이 눈사람을 만들 때 조용히 눈사람을 만들던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말도 오고 가지 않았지만, 주인공은 따뜻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마음의 소통은 결말부분에서 남자가 주인공에게 ‘오늘 좀 늦었네요’라고 말을 걸면서 직접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젊은과 청춘이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약이라면 젊지 않은 나이에 실패와 좌절이 찾아오면 무엇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어떤 핑계를 대서 미래를 기약 할 수 있게 될까. 나는 미래에 준비되어 있을 무수한 절망들을 어떻게 견뎌낼 것 인지까지 앞서 생각하다 불현듯 두려워지고 말았다.'

- 본문 중에서


어떠한 사유로든 실패한 사람 들이 모여 사는 네모집의 삶은 차갑고 초라하다. 그들에게 희망이란 그 집을 떠나 조금 더 나은 삶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따뜻하고 행복해야할 연말의 분위기는 그들에겐 없다. 그러나 네모집의 크리스마스 이브엔 9개의 방에 모두 불이 켜진다. 언니인 나는 그 모습이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고 표현한다.


소외된 곳, 뒤쳐진 곳, 그래서 서로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무관심의 세상인 네모집에서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생각한다는 것과 5번 방 남자와 주인공이 대화를 나눈 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고 본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곳이어도 소통이 있고 각자 희망을 잃어서는 아니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사회나 그늘은 존재한다.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단 국가와 어떤 단체 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진 곳에 빛을 주고 온기를 불어넣는 것,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숙제다.


사진 네이버(위 배경사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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