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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19. 2023

직장인이 행복한 세상

김금희의 단편 '조중균의 세계'

김금희 단편 '조중균의 세계'에서 보는 현대사회의 직장인

민병식

 

김금희(1979~  )는 2009년 '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문단에 두각을 나타내었고 2020년 이상문학상 수상 조항에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

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조항때문에 수상을 거부한 깡있는 작가의 이 작품은 제6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작가의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의 두번 째 작이다.


조중균 씨는 40대이고, 출판사에서 교정을 보는일은 하는데 직급도 없고 직급도 존재감도 없는 인물이다.  모두 그를 조중균씨라고 부른다. 조중균씨는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다. 조중균씨는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고 돈으로 달라고 한다. 몰래 먹으면 어떻게 하냐는 본부장에게 식당 앞에 서있다가 매일 밥을 먹지 않는다는 싸인을 1년동안 받는다.


대학에 다닐 때는 이런일이 있었다. 데모할 때 시험 보러 들어와서 이름만 쓰면 성적을 준다는 시험에서 시를 쓰고, 이름을 쓰지 않았다. 데모하다가 잡혀서 유치장에 가기 전에 형사가 주머니에 5천원을 꽂아주면서 씻고서 들어가라는 말에 수치심을 느끼고, 그 형사를 만나면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려고 2만원을 셔츠 주머니에 늘 가지고 다닌다. 그것은 감사에 대한 표시가 아니라 자기 자존심을 상하게 핸 댓가로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


'나'는 이 회사의 수습사원이다.  수습을 통해 같이 들어온 해란과 경쟁시켜 한 명만 뽑으려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더욱더 조중균이라는 직원의 행동이 눈에 뜨이고 조중균과 행동을 반대로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가 처음 맡은 일은 어느 대학 역사학과 노교수의 교재 개정판 작업이었다. 해란이 첫 교정지를 보고 조중균이 두번째로 교정지를 본 후 '나'에게 넘기면 마지막으로 교정을 보기로 했다. 하지만 교정지는 조중균 씨의책상에서 넘어오질 않는다. 오류를 발견하면 각종 사전을 뒤져 확인하느라 더디걸리는 거였다.  교정을 보느라 진척이 없고 발간 일이 자꾸 멀어진다. 노교수가 찾아와서 난리를 편다. 결국 조중균씨는 쫒겨나고, 조중균씨를 이해하고 따르는 해란도 수습기간이 끝나고 사라진다. 나는 조중균씨의 세계에 대해 생각한다.


신념이다.  적당히 타협하며 슬쩍 슬쩍 대충 대충 넘어가는게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치부되는 세상이다. 살아남기 위해 복종하고 눈을 감는 세상, 자신의 신념을 위해 행동하는 조중균은 현실과 타협하지 못해서 매번 상처받고 불리한 입장이 된다. 수습사원으로 입사해 경쟁자 한명을 제쳐야 하는 숨막히는 회사 생활 속에서 잠시 조중균이라는 사람의 인생을 엿보면서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진정 잃어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이 시대의 직장인 들이 다 그리 산다. 먹고 살기 위해서, 부려지지 않는 것이 부러진다고  세상을 산다는 것은 때로는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며 때로는 정의와 신념도 외면해야할 때가 있는 법이다.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버티다 죽어간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가 생각난다.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얽매여야하는 숙명의 현대인, 사는 것이 그리 어렵다. 이 시대의 모든 조중균 씨가 행복한 사회,  아니 조금이라도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진 네이버(위 배경사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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