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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Apr 05. 2023

강박과 공포를 이기는 힘

최정화 작가의 '포비아'

[문학칼럼] 최정화 작가의 짧은 소설 '포비아'에서 보는 강박과 공포

민병식


최정화(1979 - ) 작가는 인천 출생으로 경희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했다. 2012년 ‘팜비치’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하였고, 소설집으로 ‘날씨 통제사’, ‘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 장편소설 ‘흰 도시 이야기’ 등이 있고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는 ‘불안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인간 불안 심리의 모습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이 작품은 소설집 ‘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에 수록된 짧은 소설로 ‘포비아(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에게는 특정한 숫자나 기호 따위가 행운이나 불행을 가져올 거라는 강박은 없으나 그런 강박을 갖고 있는 사람 들을 몇 알고 있는데 삼촌도 그 중 하나였다.


주인공의 삼촌은 숫자 ‘5’가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삼촌의 생일이 5월 31일 인데 만일 하루만 늦게 태어났어도 자신의 인생이 지금과는 확실히 다른 삶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5라는 숫자가 자신을 위협하다고 느껴 휴대폰 번호에 5가 들어가지 않음을 물론, 5가 들어간 해에는 사람도 사귀지 않고 5층 건물은 아무리 좋은 집이 나와도 사지 않는다. 삼촌이 49세 되던 해 4와 9라는 숫자의 차이가 5라는 사실을 의식했고 2012년에는 이 숫자의 합이 5라는 이유로 사업 확장도 하지 않았다. 또한 30세가 된 딸에게 5년 연하의 남자친구와 결혼하려는 것을 미루라고 했고 55세가 되었을 때는 딸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집에 있으면서 외출을 삼갔다.


갑상선 낭종 제거를 위해 반나절 정도 병원에 입원했을 때 삼촌은 수술 보다는 입원 병실이 505호라는데 더 신경 썼으며 돈을 더 주고 병실을 바꾸려 했지만 병실이 없었다. 그런데 수술 중에 삼촌은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다. 주인공은 삼촌의 죽음을 수술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친 강박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포비아란 무엇인가. 의학정보를 탐색하면 특정한 물건, 환경, 또는 상황에 대하여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불안장애, 공포증이라고 한다. 공포의 강박이 계속 지속 되면 공황발작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병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폐쇄 공포증, 고소공포증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왜 불안한가. 우리는 잘 살아야한다. 남들보다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좋은 집도 사야 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남들에게 뺏기지 말아야 하고 동료들보다 승진도 빨리 해야하고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내 아이 들도 양육해야한다.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오로지 실적,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하고 독해져야 한다. 이러한 마음들이 강박을 만들고 포비아를 만든다. 나를 내세우고 싶고 내가 중심이 되어야하는 이기의 강박, 좀 양보하고 베풀면 좋으련만 그것을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차가운 강박이 공포를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러나 꼭 좋은 집, 많은 물질, 높은 지위가 행복을 보장한다는 법은 없다. 아무리 재산이 많은 재벌이라고 해서 물질은 누구보다 풍족하겠지만 개인의 행복은 다른 문제다. 작품은 부정의 강박이 자신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깨닫고 긍정과 감사, 만족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한다. 행복해지고 싶은가. 긍정의 힘에 답이 있다.

사진 네이버(위 배경사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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